[정·재계 정면충돌] 적극 대응 나선 재계… “포퓰리즘, 논리로 맞서”

입력 2011-06-27 21:56

재계가 정치권의 압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재계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서민·중산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낼 경우 자유시장 경제의 틀이 훼손될 뿐 아니라 반(反)기업 정서 확산으로 기업 경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재계는 반값 등록금, 감세 철회 등과 같이 정치권이 즉흥적으로 내놓는다고 판단되는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즉흥적인 정책들이 쏟아질 경우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재계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겠다”고 천명한 만큼 정치권의 공세를 정면 돌파할 태세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27일 반값 등록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경련은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해 내놓은 ‘반값 등록금의 문제점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반값 등록금은 소득 재분배와 수익자 부담 원칙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학력 인플레를 심화시켜 대졸 실업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면서 “반값 등록금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명회에 나선 한경연 유진성 연구위원은 “반값 등록금은 정부 지원을 통해 부유한 가정까지 혜택을 주게 돼 소득 재분배 원칙에도 어긋나고 국민 세금을 통한 재원 마련은 대학에 가지 않는 사람도 대졸자의 비용을 대신 지불하게 돼 수익자 부담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또 “반값 등록금은 사교육비 증대, 부실 대학 정리 및 대학 구조조정 지연,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 왜곡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등록금을 낮추려면 부실 대학을 정리하고 교육시장을 개방하는 식으로 대학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대학 등록금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최선이며, 대학은 재정 상황이나 사용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아울러 전경련은 감세 철회 문제와 초과이익공유제,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등 정치권 이슈에 대해서도 반박 자료를 내는 등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전경련은 그동안 “감세 철회는 근본적으로 가계의 근로의욕과 기업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려 생산에 기여하는 노동과 자본을 낮은 수준에서 제공해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치권의 감세 철회 주장을 비판해 왔다.

재계는 정치권의 경제단체장 출석 요구에도 일절 불응할 방침이다. 정치권의 허 회장 국회 공청회 출석 요구에도 불구하고 실무 임원을 참석시키겠다고 맞선 데 이어 출석 요구를 받은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같은 입장을 견지할 방침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공청회가 토론보다 국민 앞에서 재계를 공격하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우려돼 회장보다는 실무진이 참석하는 게 더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는 다만 정치권과의 갈등이 확산될 경우 기업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보고 내심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경연은 당초 28일 감세 철회 반대 브리핑을 갖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한 것이 이런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브리핑은 하지 않더라도 자료는 내기로 했다가 갑론을박 끝에 자료 제출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용웅 선임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