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누는 사람들] (24) 재난구호전문 무지개 봉사단

입력 2011-06-27 17:46


“재난구호는 사후관리 중요”… 태안서 5년째 봉사

무지개봉사단은 재난구호전문 봉사단이다. 2006년 여름 강원도 평창군과 인제군 일대에서 대규모 수해로 수십여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하고 주택 2만2000여동이 파손됐을 때 현장에 자원봉사를 위해 모였던 30여명이 “우리나라에 재난전문 봉사단이 없으니 언제든지 재난 현장에 뛰어들 봉사단을 만들자”고 뜻을 모아 결성했다.

당시 자원봉사자였던 김재준(41) 무지개봉사단장 주도로 2007년 가을 무지개봉사단이 결성됐다. 그해 12월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유조선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봉사단은 즉시 추가 봉사자를 모집해 주말마다 태안지역에서 기름띠를 제거했다.

무지개봉사단을 지원하는 전국재해구호협회 구호팀 김삼렬 과장은 27일 “사고 후 처음 본 태안 앞바다는 충격 그 자체였다”며 “인근 갯벌에 살던 조개류는 폐사해 악취가 심했고 기름 냄새가 마을 입구까지 진동해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봉사단과 태안군의 오랜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봉사단은 2007년부터 매년 태안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였다. 2009년까지는 매년 7∼8회씩 기름띠 제거 작업을 했다. 봉사단원의 60%가 직장인이라 주말에 봉사활동을 나왔다. 재해구호협회가 장화와 부직포 등 작업도구를 제공했지만 봉사활동에 들어가는 차비와 식비 등 비용은 회원들이 갹출했다.

지난해 5월 봉사단이 다시 찾은 태안 앞바다는 기름띠가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자연의 모습을 회복한 바다를 바라보며 봉사단은 안도했다. 하지만 바다가 좋아지자 이번엔 태안 주민의 열악한 생활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는 지방자치단체와 수많은 봉사자의 노력으로 기름 유출 사고의 악몽을 이겨냈지만 마을 주민들은 당시 입었던 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타격으로 힘겨워하고 있었다.

봉사단은 지난해부터 태안 주민을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5월 15일 태안군 의항2리를 찾아 가옥 십여 채를 수리한 게 시작이다. 색이 바랬거나 찢긴 벽지를 교체했고 누렇게 변한 장판을 새 것으로 바꿨다. 일부 봉사자는 마을 노인들의 영정사진을 촬영해 선물했다.

세탁봉사는 마을 노인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다. 세탁기가 작거나 아예 없는 시골 노부부의 집에는 오랫동안 빨지 못한 두툼한 겨울 이불과 커튼이 많았다. 재해구호협회에서 지원 받은 5t 용량의 세탁 차량은 주말 내내 시골 노인의 이불을 세탁하느라 쉴 틈 없이 가동됐다.

봉사단원 61명은 지난달 28일에도 의항리를 찾았다. 기름띠는 없어졌지만 사고 여파로 갯벌에 조개류가 자라지 않아 어민들은 생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민박이나 펜션 등 관광 사업을 하던 주민 상당수가 사업을 접었고 횟집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태안군의 해안마을에서는 활기를 찾기가 힘들었다. 주민들은 일년에 한두 차례 봉사활동을 위해 마을을 찾아오는 봉사단을 마치 타지에 사는 손자·손녀가 찾아온 것처럼 반갑게 맞았다. 봉사단원들도 동네 어르신들의 마음이 고마워 평소보다 더 열심히 집을 수리하고 노인들의 밀린 빨래를 한다. 올해는 그동안 대접 받기만 했던 봉사단원들이 직접 국수를 만들어 마을 주민 130여명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했다. 국수 그릇을 받아 든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무지개봉사단의 태안지역 봉사는 봉사단의 정기 봉사활동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하다. 2007년 30여명의 회원으로 시작된 봉사단은 현재 600여명의 회원을 가진 봉사단체로 성장했다. 이들은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30∼40명 단위로 모여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지역 내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정 등 집수리나 빨래봉사가 필요한 곳을 찾아 나선다. 지난해 가을엔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서울 화곡동과 인천 작전동 등 수해 현장에 50여명의 봉사자가 급히 투입돼 재해복구 활동을 펼쳤다.

올 여름엔 대학생 50명을 모집해 전국 봉사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다음 달 23∼31일 전북 순창군을 출발해 경남 합천, 경북 안동·의성, 충북 단양을 거쳐 봉사단 결성 계기가 됐던 강원도 평창·인제군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봉사대상은 과거 수해를 입었거나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다. 가옥수리와 세탁봉사가 주 활동내용이다.

구호협회 관계자는 “봉사단과 함께 전국 곳곳의 재해현장을 다니다보면 이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많다”며 “재해지역의 주민들도 ‘집수리나 물질적 도움보다 봉사자들의 따뜻한 마음으로부터 살아갈 힘과 의지를 얻게 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