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남석] ‘낙타 방귀’와 정보문화

입력 2011-06-26 18:59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야생 낙타가 사는 곳은? 흔히 아프리카나 중동의 사막지역을 떠올리겠지만 아니다. 정답은 호주다.

지금 호주에서는 환경오염과 관련해 낙타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호주의 아웃백에 살고 있는 무려 120여만 마리의 야생 낙타가 방귀로 마리당 연간 45㎏ 정도의 메탄가스(이산화탄소 1t에 해당)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호주 정부는 탄소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야생낙타를 대폭 줄이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오늘날 호주 아웃백의 터줏대감이 된 낙타도 처음에는 고작 20여 마리로 출발했다는 점이다. 대부분 사막인 내륙의 오지 탐험을 위해 들여온 낙타들이 그 시발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정보문화가 바로 호주 낙타의 예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욱 편리해질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도 정보통신기술과 기기에 의한 생활의 편리함은 거의 포화상태에 달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다수의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수다를 떨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그 어떤 것이든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회원이 되는 순간, 개개인의 네트워크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넓어지고 그만큼 기회도 많이 생겨난다. 이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낙타의 방귀에 의한 탄소 배출은 그동안 눈에 잘 띄지 않아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우리의 정보문화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20여 마리의 낙타가 오늘날 120여만 마리로 늘어났듯, 우리를 조금씩 잠식하는 그릇된 정보문화 행태는 나중에 엄청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요즘 자녀들의 게임 과몰입 때문에 속 썩지 않는 집이 드물지만, 이도 처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였다.

6월은 ‘정보문화의 달’이다. 이 땅의 존경스러운 선각자들은 21세기에는 정보가 세상을 움직이는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일찍부터 그 터전을 만들었다. 정보문화의 달도 국민 정보화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임을 예상하고 무려 24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스마트 사회를 만드는 정보문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스마트 기술과 기기를 통해 삶의 질이 올라가고 모두 행복한 디지털 세상이 바로 스마트 사회라면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노력해야 할지 주변을 살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정보문화를 고양하는 길이다. 행복한 디지털 세상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정보문화가 호주의 낙타처럼 돼서는 안 된다.

김남석 행정안전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