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 리비아 공습 100일… 버티는 카다피, 진퇴양난 서방국
입력 2011-06-27 00:22
서방 연합군의 리비아 공습이 26일(현지시간)로 100일을 맞았다. 화약 냄새가 리비아 전역을 휘감고 있지만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만큼 리비아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장기전으로 버티는 카다피=지난 3월 19일 오후 6시45분(현지시간)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을 시작으로 연합군의 ‘오디세이 새벽’ 작전이 시작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은 3월 31일 미국, 영국, 프랑스로부터 군사작전 지휘권을 넘겨받아 지금까지 약 4700회 공중에서 폭격을 가했다. 공습 초기에만 해도 몇 주 안에 카다피를 몰아낼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카다피는 여전히 리비아 어딘가에 숨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카다피는 반정부 세력과 서방국가들의 퇴진 요구가 있을 때마다 “개혁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퇴진은 없다”며 거부했다.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26일 “카다피는 이곳에 있고 나라를 이끌고 있다”면서 “리비아를 떠나거나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對)리비아 군사작전이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반정부 세력과 서방국가들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리비아 정부가 25일 나토군의 폭격으로 15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주장하면서 나토군은 공습을 주저하고 있다. 나토군은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을 처음 시인하기도 했다.
지상군 투입은 어려워=공습 초기부터 지상군 투입 카드는 꾸준히 제시돼 왔다. 하지만 현재로선 지상군 투입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 대부분이 지상군 투입을 꺼리고 있다. 리비아 공습 작전을 지휘하는 찰스 부처드 나토군 중장은 “트리폴리로 향하는 송유관 차단 등 카다피 축출을 앞당길 수 있는 조치는 ‘민간인 피해를 야기하면 안 된다’는 유엔 결의안 때문에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무사 쿠사 전 외무장관, 슈크리 가넴 전 석유장관 등 핵심 측근이 카다피에게서 이탈했고, 나토군의 공습으로 리비아 정부군이 거의 궤멸됐지만 카다피는 건재하다. 카다피가 남아 있는 한 리비아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전비(戰費)도 문제다. 미국은 7억1500만 달러(약 7700억원), 영국은 2억6000만 파운드(약 4500억원), 프랑스는 1억 유로(약 1600억원)가량을 리비아 공격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아 전쟁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공습에 찬성했던 이탈리아가 “리비아에서의 적대행위를 중단하라”고 하는 등 내부 이견도 노출되는 상황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