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찍어라”… 한나라당 전대 ‘계파 오더’ 논란
입력 2011-06-26 18:44
한나라당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오더(order) 선거’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논란은 유력 후보인 홍준표 의원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특정계파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라고 강요하고, 권력기관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불이 붙었다. 홍 의원은 이례적으로 임태희 대통령실장과의 통화 내용까지 공개했다. 홍 의원이 “이번 전대를 구주류 일부의 당권장악을 위한 조직선거, 계파 전대로 몰고 가면 한나라당과 전체가 불행해지니 자중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임 실장도 “청와대를 팔고 다니는 인사들이 있다면 철저히 색출해서 엄중히 경고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작정치의 배후나 특정계파가 미는 특정후보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았다.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친이명박계의 물밑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원희룡 의원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곧이어 당사를 찾은 남경필 의원은 아예 “원 의원의 출마와 함께 (전대가) 계파대결로 가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남 의원은 “과거부터 한나라당 개혁운동을 함께한 동지로서, ‘개혁의 아이콘’이던 원 의원이 친이계의 도움을 얻어 대리인으로 출마한 모습이 안타깝고 실망스럽다”며 “(이런 주장이) 원 의원에 대한 음해인지 아닌지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원 의원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근거 없이 배후 공작이 있는 듯 흘려서 편을 가르고 한나라당 전체 이미지에 흠집을 내면서 반사이익을 보려는 홍 의원의 행태야말로 구태 정치의 전형”이라며 “전당대회 승패와 상관없이 낡은 정치, 구태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맞받았다.
원 의원은 “홍 의원은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경우 좌충우돌, 예측불허로 당내 동지를 향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막말과 독설을 퍼부어 동료들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그에 아랑곳하지 않는 처신을 보여 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제일 마지막으로 당사에 등장한 나경원 의원은 “초반에 대세론을 앞세워 줄서기를 강요했다는 얘기도 있고, 특정 계파를 등에 업고 줄세우기를 강요한다는 말도 있다”며 홍 의원과 원 의원을 동시에 겨냥했다. 나 의원은 “공천권을 담보로 줄세우는 전대를 지양하기 위해서는 완전국민경선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모든 후보들이 이를 받아들인다고 약속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이 계파 투표를 막겠다며 선거인단을 21만명으로 대폭 늘렸음에도 이렇듯 선거 초반부터 계파 투표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는 실제로는 선거인단의 투표 참여율이 낮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계파별로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에게 특정후보를 지지하라는 ‘오더’가 내려갔고, 결국 투표 당일 선거인단을 실어 나르는 조직 투표의 ‘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나래 노용택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