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앞두고 고향으로 달려간다는데… 공직자들 왜 사퇴는 안하나
입력 2011-06-26 22:42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과 티타임을 갖고, “내년 총선 출마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음 달 중에 신변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지역구 의원에 출마해 포부를 펼치든지, 아니면 정부에 남아 철두철미하게 맡은 업무를 하든지 양자택일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지난 5월 옷을 벗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사퇴행렬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다른 고위 공무원과 공기업 수장들이 총선에 출마할 의사가 없다기보다는 당선을 위해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현 직위를 이용해 지역구 현안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 표밭을 일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치적으로 포장된 자서전을 뿌리거나, 공무원 인사에 개입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공직자들은 선거 3개월 전에만 그만두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공직선거법 제53조(공무원 등의 입후보) 1항은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해당하는 기관 중 정부가 5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공기업과 지방공사, 지방공단의 상근 임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관할구역 내 지역구 국회의원선거에 입후보할 경우 선거일 전 120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정을 이용해 공직자들은 사퇴시한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2지방선거에 출마한 공직자 160명은 사퇴 시한을 하루이틀 앞두고 그만뒀다.
또 공직자들이 사퇴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은 공천 탈락에 대비한 안전장치라는 해석도 있다.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칫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퇴 시한을 최대한 늦춰 지역 여론을 살피겠다는 뜻이다. 전남 화순군 임근기 부군수는 군수 재선거를 위한 정당 후보경선에 나서기 위해 사직원을 냈다가 민주당의 경선 후보 결정 방식에 반발해 경선 불참을 선언하며 사퇴의사를 철회해 물의를 빚었다.
황일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