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시대] 사활 건 양대 노총, 노조 주도권 경쟁 본격화
입력 2011-06-26 18:38
양대 노총이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시대를 맞이하는 속내는 찬성도 반대도 못하는 복잡한 마음이다.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원칙상 조직 확대의 걸림돌이 사라지는 데다 산하 조직은 떳떳하게 자주적 노조의 법적 틀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 경쟁은 양대 노총 모두에 피곤한 일이다. 특히 한국노총은 강성인 민주노총에 기존 조직을 빼앗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노조는 결국 경쟁하지 않을 수 없다. 복수노조 기업에서 교섭창구의 단일화를 강제하는 데에는 반대하더라도 단일화 자체는 바람직하다는 게 노동계의 중론이다. 중·장기적으로 한 사업장 안에 여러 개의 노조가 있는 것보다 단일 노조가 확고한 경우 교섭력이 더 강해진다. 따라서 상급단체는 물론 기업단위 노조 간에도 조직경쟁은 불가피하다.
노동계뿐 아니라 정부와 경영계도 조직 경쟁에서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에 비해 약간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14.1%와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19.6%는 한국노총으로,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25.0%와 무노조 사업장의 19.6%는 민주노총으로 이동할 것으로 26일 전망했다. 이미 노조가 있는 곳의 경우 민주노총 성향의 조직 결성 수요가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노조가 있는 사업장 10곳 중 3∼4곳이 3년 이내에 새 노조를 설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하철노조가 결성을 추진 중인 제3노총은 아직 실체가 모호하다. 거론되는 대형 노조 가운데 서울지하철노조만 적극적이다. 노동계가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양 노총이 모두 위축되는 경우다. 산하조직이 복수노조 간 경쟁을 거친 후 상급단체를 탈퇴하거나 신설노조가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는 사례가 많을 수 있다. 게다가 정부는 산별노조의 기업별지부도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그 경우 산별교섭의 추진력이 약해지고 단체교섭의 탈산별화가 진전되면서 양대 노총의 세력이 기울기 쉽다. 산별노조 기업지부와 기업별 노조가 병존하는 사업장에서는 기업별 노조가 조직대상의 임금 인상요구에 더 잘 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