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들 벌써 마음은 콩밭에…“총선 눈도장 찍어라” 줄줄이 고향 앞으로

입력 2011-06-27 00:18

현직 고위 공무원과 공기업 수장 등 출향(出鄕) 공직자들의 고향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이 출판기념회를 열거나 업무 연관성이 크지 않은 지역 행사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것을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지역 주민 등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 모위원회 부위원장 B씨(55)는 지난 24일 부산 시청 대강당에서 시 산하 6급 이상 공무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청렴정책 추진방향’에 대해 특강을 했다. 앞서 B씨는 지난 4월 29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같은 장소에서 간부급 공무원들을 상대로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반부패 청렴정책 추진방향’을 주제로 강연했다. B씨는 내년 총선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위원회의 K부위원장(49)은 지난 4월 부산 범일동 매축지에서 부산시, 각 자치구, 구의회,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 주민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좌천·범일 8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올해 안에 착공하라고 권고했다. K부위원장도 내년 총선에서 사하을 지역구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외청장급 Y씨는 지인들을 만나 기회 있을 때마다 내년 총선 때 충남 보령·서천에서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국무총리실 K기획관은 올 봄 김동진 통영시장을 포함한 지역 공무원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작시집 출판기념회를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열었다. K기획관은 “2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뒤로 하고 고향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했다”며 정치 입문의 뜻을 밝혔다.

한 광역지자체 행정부지사 L씨는 내년 총선 때 담양·곡성·구례 선거구에서 출마하기 위해 쉬는 날이면 지역을 찾고 있으며, 다른 광역지자체의 정무부지사 K씨는 고향인 진주을 지역구에서 출마하기 위해 다음달 중 사퇴할 예정이다.

충북 진천 출신인 정부의 한 외청 차장 S씨는 주말이면 아예 고향에 머물면서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한 광역지자체 대변인 Y씨는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자치단체장이 언론에 노출될 때마다 같이 사진을 찍는 등의 방법으로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모 공단의 실장급인 S씨도 충남 당진에 출마할 예정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불법 사전선거운동을 철저히 가리겠다며 이들 공직자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박환규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관광버스를 대여해 고향인 충북 청주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관광 및 음식물을 제공하고 그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해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이달 초 검찰에 고발됐고, 지난 20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일송 기자, 부산·청주=윤봉학 이종구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