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檢責警…” 일선경찰 80여명 첫 집단행동

입력 2011-06-27 00:21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대해 ‘안 하느니만 못한 개악(改惡)’이라는 경찰 내부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찰청 직원 1인 시위와 수사권 조정 실무팀원의 전출 요구에 이어 일선 경찰 수십명의 항의성 토론회 개최라는 집단행동까지 벌어졌다. 경찰 반발이 조직적으로 확대될 경우 앞으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전국 각지 경찰관 60여명과 경찰대생 5명, 행정안전부 공무원 5명, 전직 경찰 포함 일반인 4명 등이 지난 24일 충북 청원군 충청풋살체육공원에 모여 오후 9시부터 밤샘 토론회를 가졌다. 서울시내 경찰서 지구대 소속 김모 경장이 경찰 내부 게시판에 ‘수사권 조정안에 관심 있는 사람 모이자’고 올린 글을 보고 모인 것이다.

간부 모임이 아니라 현장에서 뛰는 비(非)간부 경찰관이 목소리를 내려고 모인 자리였다. 토론장 안에는 ‘권검책경(權檢責警·권력은 검찰이 쥐고 책임은 경찰이 진다)’ ‘나는 대한민국 형사다. 수사권은 없다’ 등의 불만 가득한 글귀가 붙었다.

참석자들은 “다른 정부 부처에도 특별사법경찰이 있는데 조현오 경찰청장이 이들로부터 의견 수렴이나 위임을 받지 않고 합의했다”며 “이런 절차상 하자 때문에 합의안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형사소송법 196조 1항에서 ‘모든’을 빼고,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는 따라야 한다는 3항에서 ‘지휘’ 앞에 ‘적법하고 정당한’이란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조 청장에 대한 퇴진 요구도 나왔으나 다른 참석자들이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보일 수 있다”며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건의문 채택이 집단항명으로 비칠 수 있다고 보고 각자 트위터 등을 통해 토론 내용을 알리기로 했다. 법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의원 홈페이지 등에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1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합의안 수정 요구 서신을 의원들에게 보낼 예정이다. 김 경장은 “모여본 적 없는 일선 경찰관들이 상부의 제지 없이 모여 이야기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며 “현장 근무자의 생각이 수뇌부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서 합의안 도출 다음 날인 지난 21일엔 경찰청사 로비에서 경위 1명이 ‘합의안 무효’를 주장하는 1위 시위를 벌였고, 수사권 조정 관련 실무팀원 2명(경정·경감)이 다른 부서로 전출해 달라고 지휘라인에 요청했다.

이 같은 내부 반발에 대해 조 청장은 “대의를 위해 협상했고 상응하는 결과도 얻었는데 일부 경찰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선에서 이해가 부족하다면 설명회 등을 통해 합의안의 의미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