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메아리’] 잠수교 건너던 승용차 급류 휩쓸려 일가족 5명 참변

입력 2011-06-26 22:51

제5호 태풍 메아리가 집중호우와 함께 강풍으로 전국에 직접 영향을 주면서 사망·실종이 발생하고 농경지 및 주택 등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하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 구제역 및 조류인플루엔자(AI) 매몰지의 유실과 침출수 피해 등은 발생하지 않았고 4대강 사업에도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리 붕괴 및 사망·실종=26일 오후 3시52분쯤 경남 밀양시 산내면 용전마을 산내천에서 김모(47)씨가 운전하던 쏘나타 승용차가 급류에 휩쓸렸다가 2시간여 만에 인양됐으며 차 안에서 김씨 등 일가족 5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차를 타고 산내천에 설치된 길이 100m의 잠수교를 지나던 중 다리 중간쯤에 이르러 갑자기 불어난 물살에 휩쓸리면서 차량이 뒤집혀 변을 당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앞서 25일 발생한 ‘호국의 다리’ 붕괴로 다리 전체 467m 가운데 100m가량이 유실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칠곡군은 장맛비로 강물이 불어나면서 낡은 교각이 빠른 유속을 견디지 못해 붕괴한 것으로 추정하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충북 제천시 한수면 펜션에 머물던 A씨가 지난 24일 오후 7시24분쯤 계곡 급류에 휩쓸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색작업이 진행 중이다. 같은 날 오전 7시30분쯤 경북 상주시 은척면에서는 고추밭에 나갔던 B씨(85)가 실종됐다.

강풍·폭우 피해=경북 안동과 예천, 충북 충주 등에서 주택 7채가 반파되거나 침수돼 7가구 12명의 이재민이 발생, 마을회관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26일 오후 1시18분쯤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 한 아파트 뒤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토사 10t이 흘러내렸다. 춘천시 갈전동 의암피암터널 부근에서는 0.1t의 낙석이 발생했으나 1시간여 만에 제거됐다. 이밖에 춘천과 횡성 지역 4곳에서 강풍에 나무 10여 그루가 쓰러졌다.

제주도는 강풍으로 전선이 끊기거나 부러진 나무가 전선을 덮쳐 제주시 애월읍과 서귀포시 대정읍, 표선면 등 모두 9861가구에 1시간가량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충북 진천군 수박밭에서는 비닐하우스 45동이 물에 잠겨 1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전남 완도읍에서는 야구경기장 펜스가 강한 바람에 무너졌고 생일도 광어양식장 1980㎡의 지붕이 파손됐다. 여수에서는 율촌면 박모씨의 축사에서 강풍에 따른 마찰로 전선 피복이 벗겨지면서 감전사고가 발생, 소 7마리가 숨졌다.

이에 앞서 342㎜의 강수량을 보인 대전에서는 지난 24일 대전 지하철 월평역 인근에서부터 한밭대교까지 3.2㎞ 구간 도로 곳곳이 침수돼 물난리를 겪었다.

4대강 사업 현장 등 바짝 긴장=광주·전남 지역 방재당국은 많은 비가 내림에 따라 영산강 사업 현장 등 관련기관들과 비상대기하며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경기 지역도 이날 오후부터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면서 남한강 4대강 사업장과 구제역 매몰지마다 호우피해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낙동강 상주보 하류 200여m 지점의 제방 150m가량은 지난 25일부터 세굴(洗掘·강물에 의해 강바닥이나 강둑이 패는 일)돼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다행히 제방 붕괴로는 이어지지 않아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종합=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