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메아리’] 북태평양고기압 조기 발달… 8년 만의 ‘6월 태풍’ 이례적
입력 2011-06-26 22:52
태풍 메아리는 6월 한반도를 찾아오는 태풍으로는 관측 사상 처음으로 서해를 따라 북서쪽으로 이동했다. 기상청은 중국과 일본에 발달해 있는 고기압이 태풍 진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1904년 이후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327개의 태풍 중 6월 태풍은 18개에 불과했다. 메아리는 6월 태풍으로는 2003년 이후 8년 만이다. 나머지는 모두 7~9월(229개)에 집중됐다.
기상청은 메아리가 6월 하순 서해상을 관통한 원인으로 예년보다 일찍 확장된 뜨거운 기운의 북태평양 고기압을 지목했다. 태풍 안에서 바람은 반시계 방향으로 상승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북쪽으로 향한다. 태풍이 중위도 부근까지 올라오면 제트기류의 힘에 의해 방향을 오른쪽으로 튼다. 대다수 태풍이 중국 동남쪽 해상에서 일본을 향해 방향을 바꾸는 이유다.
하지만 메아리는 일본 남부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에 막혀 방향을 틀지 못한 채 북서쪽으로 직진했다. 중국에 형성된 대륙고기압은 메아리의 이동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 메아리는 제주도 남쪽 먼 바다에 있던 상층 기압골을 만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서해안으로 직진했다. 메아리의 속도는 26일 오전 3시까지 시속 70㎞에 달했다. 하지만 서해상에서 대륙고기압을 만나면서 백령도 서남서쪽 140㎞ 부근에 왔을 때는 시속 7㎞에 불과했다. 태풍이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속도를 줄이며 이동한 탓에 중부 지방의 경우 강풍의 피해가 컸다.
메아리의 영향으로 26일 오후 8시 현재 경남 산청 321㎜, 울산 257㎜, 함양 198㎜, 양산 194㎜의 비가 내렸다. 그러나 메아리가 건조한 대륙고기압과 만나면서 서울(70㎜) 인천(60.5㎜) 수원(52.5㎜) 등은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메아리는 27일 오전 8시쯤 북한 강계 북쪽 70㎞ 부근에서 온대성 저기압으로 바뀐다. 저기압의 영향으로 서울 등 경기 지방은 27일 오전 비가 오다 갤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상공에 머물던 장마전선은 태풍과 만나며 소멸돼 서울 등 중부 지방에는 이날 오후 한두 차례 맑은 하늘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상청은 28일 제주도 남해상에 다시 장마전선이 형성돼 29일 전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보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