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보금자리… ‘서민용’ 거듭날까

입력 2011-06-26 23:04


주택시장 회복의 ‘암초’로 떠오른 보금자리주택은 지금 ‘수술 중’이다. 분양가와 주택 규모, 공급시기 등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에서 제도개선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보금자리주택이 ‘저렴한 서민아파트’로 다시 태어날지 주목된다.

26일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의 60㎡(전용면적) 주택형의 비중을 70~80%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는 60㎡ 비율이 20% 이하다. 또 보금자리주택의 최대면적 기준은 85㎡에서 74㎡로 낮출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주택 규모를 줄여 분양가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공급 물량은 더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대 면적 기준을 74㎡로 낮추면 분양가는 4000만~6000만원 정도 떨어지면서 공급물량은 20% 정도 늘릴 수 있다.

앞서 국토부는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시기를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키로 하는 한편 사전예약제도의 폐지 여부도 검토 중이다. 보금자리주택지구 발표나 사전예약이 ‘분양 대기수요’를 양산하면서 오히려 민간 분양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또 아파트 건축 공기를 단축하고 택지의 녹지·도로비율을 줄여 분양가를 5~10% 낮추기로 했다. 이 밖에 보금자리주택사업에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60㎡ 이하의 보금자리주택은 공공부문이 짓고, 60~85㎡형은 민간부문이 건설토록 하는 내용의 ‘보금자리주택 공공·민간 이원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도입한 지 2년밖에 안된 보금자리주택에 ‘메스’를 댈 수밖에 없었던 건 ‘서민용 반값 아파트’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주택경기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보금자리주택 분양가와 인근 아파트 시세는 비슷한 수준이 돼버렸다. 보금자리주택만의 가격 메리트가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다 건설 업계는 민간 분양시장을 고사시키는 ‘주범’으로 보금자리주택을 지목하고 있는 터라 정부로서는 현행 방식을 고수하기가 부담스러운 처지에 놓인 것이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보금자리주택 폐지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서민주택 보급 차원에서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제도개선 방향에 따라 보금자리주택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시기 조절이 필요하지만 주택 수요층의 특성과 가구원 규모에 따른 주택형 및 규모 조정 등에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중장기적으로 민간건설시장과 공공부문 모두 살리려면 보금자리주택의 분양 물량보다 임대 물량 규모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