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줄기세표치료제 22개 품목 임상시험 단계… 세계 첫 상용화 눈앞
입력 2011-06-26 10:25
세계 첫 줄기세포치료제의 시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다음 달 초 국내 바이오기업 에프씨비파미셀㈜에서 만든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성체 줄기세포치료제 ‘하티셀그램-AMI’의 국내 시판을 승인할 계획”이라고 지난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하티셀그램-AMI가 급사 위험에 처한 심근경색증 환자를 실제로 구명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와 현재 개발 중인 다른 줄기세포치료제들은 언제쯤 가시화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줄기세포치료제는 사람의 몸속에 있는 줄기세포를 추출해 체외에서 배양한 다음 이를 다시 환자의 몸속에 넣어 질환을 치료하는 방식의 바이오생약을 말한다.
◇하티셀그램-AMI는 어떤 약인가=에프씨비파미셀이 만든 하티셀그램-AMI는 심근경색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체 줄기세포치료제다.
환자 자신의 골수에서 추출한 조혈모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분리해 3∼4주간에 걸쳐 심장근육으로의 분화를 유도한 다음 환자의 몸속에 재주입하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하티셀그램-AMI는 동맥경화로 좁아진 심장혈관을 넓혀주는 중재수술을 받은 환자 80명에게 적용한 후 경과를 지켜본 결과, 이 약을 쓰지 않은 환자들(대조군)에 비해 재발 및 사망 위험을 5% 포인트나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이 경각에 처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효과는 매우 ‘의미 있는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하티셀그램-AMI의 시판과 함께 모든 심근경색을 예방 및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가톨릭대 의대 줄기세포사업단 오일환 교수는 “손상된 심장근육을 제대로 수리, 재생시키기 위해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하티셀그램-AMI에 대한 식약청의 허가 조건은 심장혈관에 단순히 주입해 중재수술 과정에서 손상된 심장혈관 내벽 손상의 치료를 돕는 보조요법일 뿐, 마비를 일으키는 심장근육에 직접 주사, 손상된 심장근육을 수리하거나 재생시키는 직접 치료제의 용도(적응증)가 아니기 때문이다.
에프씨비파미셀 김현수 대표는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을 계속 진행, 하티셀그램-AMI의 용도(적응증)를 확장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줄기세포치료제는 어디까지 와있나=식약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서 품목제조 허가 전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줄기세포치료제는 모두 7개사 22품목이다(별표 참조).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은 전 임상시험과 임상1∼3상 등 모두 4단계로 이뤄진다. 전 임상시험은 시험관내 시험으로 주로 세포를 가지고 시행되며, 1∼2상은 동물실험을 통한 안전성과 유효성, 3상은 사람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의 결과를 검증하면서 최적의 용량과 제형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줄기세포치료제 역시 신약이기 때문에 이 모든 단계를 탈 없이 완료해야 시판이 허가된다. 식약청은 이밖에 해당 제품이 균질하게 제조 공급될 수 있도록 제조기준 및 시험방법,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등도 동시에 심사한다.
식약청 바이오생약심사부 박윤주 첨단제제과장은 “현재 3∼4개 제품이 임상시험 완료 단계에 와있다”고 밝혔다. 메디포스트의 무릎연골결손 치료제 ‘카티스템’과 에프씨비파미셀의 또 다른 줄기세포치료제 ‘세레셀그램-스트로크’(급성 뇌경색 질환 대상), ‘세레셀그램-스파인’(만성 척수손상 대상) 등이 그것이다.
◇세계 수준의 가이드라인 제정 중요=중국의 바이오기업 시비오노 젠테크(Sibiono Gentech)의 두경부암치료제 ‘젠다이신’은 2003년 세계 최초로 시판 허가를 받은 유전자 치료제다. 권위 있는 과학 잡지 네이처가 그 이듬해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룰 정도로 당시 과학계의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 중국 외의 나라에서 이 약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국에서만 판매될 뿐 다른 나라에서 시판을 허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초 시판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되는 하티셀그램-AMI를 비롯 국내 개발 다른 줄기세포치료제도 세계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기준 및 시험방법을 확립하지 못할 경우 젠다이신의 전철을 똑같이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세대 의대 세포응용연구사업단 김동욱 교수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급급하다가 효과가 부족할 경우 빛이 바랠 우려가 높다”며 “세계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매우 뛰어난 직접적 세포대체 치료제를 계속 개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