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참매미

입력 2011-06-26 17:54

이시영 (1949~ )

태풍 월리가 지나가고 난 자리에서,

아니 출근길의 반포대교 옆 나무에서

올해의 참매미가 운다

올 여름도 이젠 다 지났다고,

먹구름과 지겨운 장마 속에서의 자기 생도

이젠 다 끝났다고

폭풍 후의 푸른 벼이삭 같은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늙은 수염의 참매미가 쟁쟁하게 운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유월 장마.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매미들이 목청을 다하여 울어 젖힐 것이다. 지겨운 장마를 보내고 드높게 노래하는 참매미를 보며 시인은 매미의 삶이 끝나가고 있음을 읽는다. 산란해서 7년째에 성충이 된다고 하는 참매미. 고작 한 여름을 울다 간다. 그것도 반포대교 옆에서. 출근길이라고 한다. 저토록 쟁쟁히 노래하는 매미의 피날레를 출근길에서 듣다니….

임팩트가 엄청 강한 시다. 돌아볼 일이다. 아직은 시간이 있는 자여! 더 열정적으로, 폭염을 젖히며 뜨겁게 울어다오.

임순만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