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이종철]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문화유전자
입력 2011-06-26 17:48
민족의 지도자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 마지막 장 ‘나의 소원’에서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역설했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21일 연변조선족 자치주에서 전승되고 있는 아리랑과 가야금 연주, 결혼 60주년 기념 회혼례, 판소리 등을 3차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경제와 정치, 국제법은 정치외교적 힘과 비례하면서 국가이익 극대화라는 냉혹한 현실을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문화유산 보호정책을 윤리 도덕적으로 마냥 비난만 할 수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동방의 찬란한 빛의 후예로서 아둔한 판단과 통찰력 때문에 개똥보다 못한 문화정책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무형유산 지정은 억지
아리랑은 한국의 민요이기 이전에 민족 언어이고 국가상징이며, 정서소통의 문화원형이라는 것을 세계인은 잘 알고 있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까지도 아리랑을 부르며 어깨춤을 들썩이고 추임새를 넣는다. 어디 이뿐이랴. 아리랑은 110년 전 멕시코 유카탄 애니깽 농장과 하와이 사탕수수밭, 사할린 석탄광산, 미얀마와 캄보디아 정글까지 한국인과 함께 유랑했다. 일본 징용이나 위안부, 시베리아 만주 벌판의 독립군에 이르기까지 백의민족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오늘날은 세계 176개국에 거주하는 682만 동포는 물론 한국과 직·간접적 영향 하에 있는 세계인에게 공유되는 인류문화이다.
한국인의 얼과 예술, 멋과 맛이 배어 있는,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진 아리랑이 중국 무형문화유산이라면 중국인 또한 한국 문화에 영향을 받은 아리랑 문화권의 변방지역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이 최근 20년간 심혈을 기울여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고구려 고분벽화는 중국 역사가 한국 역사의 영향에 교육되고 순치돼 한국 문화의 위성국이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명백한 역사적 역설이 아닐까.
때늦은 감이 있지만 유네스코가 소중한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1975년 국제 간 협약으로 만든 세계무형유산 목록에 한국인의 문화유전자가 깃든 민족문화재를 개체가 아닌 총체로 등록해야 한다. 역사적·문화적·세계적 영역을 가진 아리랑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해 중국 역사공정을 포용해야 한다. 문화는 어차피 인류가 함께 꿈을 나누고 행복해지기 위해 함양해 가는 나눔과 베풂의 예술장르 아닌가. 중국은 한국인에 의해 한국인을 위해서 한국인이 만든 아리랑에 억지 부리지 말기 바란다.
세계유산지정 조건인 진정성(형식, 내용, 기능, 연속성, 정신과 감성)과 보전성에서 한국의 비교 우위는 명백하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국립민속박물관의 조사연구기록 보존 사업을 강화하고, 국가 예산 중 문화적 기초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문화예산 2.5%의 확보는 필수조건이다. 문화유산 정책 또한 소멸 예방의 소극적 정책에서 근·현대와 전통 기·예술 육성, 궁중문화유산 등 대상 확대라는 패러다임의 전방위적 혁신이 있어야 한다. 문화는 행복, 경제, 교육, 사회통합의 핵심이라는 것을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지 않은가.
혁신적 문화정책 필요하다
천년 왕도의 역사 수도인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의 화두는 한강에 흐르는 역사문화의 부활이다. 한강 상류 뗏목꾼들이 불렀던 정선아리랑은 강여울이 빠르고 느리듯 다양한 가락의 음역이 녹아있다. 민족의 숨소리인 아리랑을 우리는 개똥밭으로 내몰았다.
아! 조국의 슬픈 후손들이여. 소유하고 있으나 즐길 줄 모르며, 남의 손에 들어가고서도 소중한 줄 모르는 현실에서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을 두고도 애곡하지 못하는 우리를 세계인은 무어라 얘기할까. 소득 3만 달러 시대로의 도약은 문화경쟁력이 아니었던가.
이종철(한성백제박물관 추진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