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동행

입력 2011-06-26 17:46


얼마 전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느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학생이 휴대폰을 빼앗기자 화가 나 교사를 폭행했다는 것이다. 디지털 문화가 만들어낸 포스트디지털세대는 휴대폰 압수를 가장 무서운 벌이라고 생각한다더니….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마라’는 가르침이 내게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데 요즘 자조 섞인 말로 ‘학생의 그림자도 밟지 마라’는 말도 있다니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휴대폰이 무엇이기에….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대로 소통할 수 있는 그것이 손에 들려있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얼리어답터를 늘 신기하게 보던 내가 휴대폰에 문제가 생겨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됐다. 주로 전화기 용도로 사용하는 내게 그리 필요치 않지만 매장 직원의 권고로 순간 마음이 동하여 구입했으나 바로 불편함을 느꼈다. 살짝만 건드려도 엉뚱한 숫자가 찍히고, 눌렀는지도 몰랐는데 엉뚱한 곳에 전화가 걸려가고…. 영 손에 붙지 않는 것을 들고 ‘사서 고생하는구나…’ 후회가 들었다.

주변에 얘기하니 터치폰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여러 기능이 있으니 찬찬히 공부하며 사용하란다. 아니 전화기 사용에 공부까지 하라니. 그런데 정말 조금씩 알아가면서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똑똑한 휴대폰이 나를 똑똑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왠지 손바닥만한 기계에 속박당하는 듯한 묘한 기분은 또 무엇인지….

삶의 키워드가 ‘속도’인 세상에서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트위터에 심취해 있는 디지털세대와 공존하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오래전 컴퓨터를 처음 접했을 땐 조금 진화된 정보처리기능을 가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컴퓨터는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이며 사람의 직관과 따뜻한 감성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의 편리함이 보편화된 세상에서도 아날로그가 가진 따뜻한 감성과 생명력은 곳곳에서 숨 쉬고 있다. 사각거리는 작은 소리와 함께 마음이 정돈되는 연필깎이, 한자 한자 생각하며 적는 일기, 붉은 줄이 선명한 원고지에 만년필로 원고 쓰기, 잉크냄새 나는 종이신문 탐독하기….

주변에 사진의 매력에 빠져 사는 사람이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가진 여러 가지 장점에도 언제나 둔탁해보이고 묵직한 카메라와의 동행을 고수한다. 디지털카메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은 맛이 있다는 것이다. 결과물을 보면 회화적인 사진가의 심미안이 담겨졌음을 알게 된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먹고 자고 배설하는 활동을 어찌 디지털화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나는 아날로그적인 ‘보이지 않는 힘’을 좋아한다. 느리지만 내면의 것을 끄집어내 진지하게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진실의 힘! 환경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시대임도 절감한다. 아날로그세대에 이어 디지털세대를 지나 포스트디지털세대라니, 다음에는 어떤 세대가 등장하게 될까?

김세원(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