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수 대표의 성공 비결 “‘지킬앤하이드’ 대박요? 원칙 얽매이기보다 직관으로 도전한 결과죠”
입력 2011-06-26 17:29
‘지킬 앤 하이드’ ‘그리스’ ‘맨 오브 라만차’…. 공연과는 담 쌓은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이름들이다. 최근엔 뮤지컬 ‘지킬…’의 200억원 매출 돌파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도 2004년 초연부터가 아니라 한 시즌만의 실적이다. 가히 ‘미다스의 손’이라 할 만한 신춘수(44)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에게 성공 비결을 들으러 갔다.
23일 서울 역삼동 오디뮤지컬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신 대표는 ‘원칙’이나 ‘계획’ 대신 ‘직관’이나 ‘안목’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저는 작품을 고를 때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과 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만들어서 선보일 수 있는 작품. ‘지킬 앤 하이드’는 제가 좋아하는 류의 작품이었어요. 그에 반해 ‘그리스’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었고요.”
그는 ‘지킬…’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말렸다고 했다. 한국의 정서와 맞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브로드웨이에서 오랫동안 히트한 최고의 작품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작의 방향성에 확신을 가졌습니다. 빠른 템포로 호소할 수 있는 뮤지컬 넘버(음악)도 있었고, 드라마도 어떤 방향으로 수정·보완해야 하는지 확신이 섰어요. 그리고 캐스팅은 과감하게 해서 새로운 인물들을 선보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 대표의 시도는 대성공이었다. ‘지킬…’은 조승우 류정한 등 숱한 스타들을 발굴하며 ‘대박’을 쳤다.
신 대표는 “조승우 류정한은 이젠 뮤지컬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그땐(‘지킬…’ 초연 당시) 과감한 캐스팅이었다. (조)승우는 너무 어렸고 (류)정한이는 뮤지컬 연기보다 가수로 유명했었다. 루시 역의 소냐도 큰 무대엔 처음 기용하는 친구였다”면서 “당시엔 새로운 인물들로 새로운 구성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연습했을 때 ‘반드시 된다’는 느낌이 왔어요. 첫 공연 땐 이례적으로 객석의 모든 관객들이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쳤어요.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조정석 김무열 정성화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스타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신 대표는 “나는 캐스팅에 관한 한 안목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배우를 선택하는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냥 보면 느낌이 온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도 ‘직관’이었다.
“저는 직관이 있고 감성도 많이 발달한 편이에요. 세상의 트렌드도 잘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 같고요. 대중의 시선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죠. 뮤지컬은 대중예술이기 때문에, 프로듀서가 예술적인 것만 해야 한다는 식의 함정에 빠지면 힘들어요. 굉장히 위험하죠. 균형감각을 잃었을 때는 관객으로 남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잇따른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꿈이 많다. 그가 호주·미국의 프로듀서들과 공동으로 제작한 ‘닥터 지바고’는 호주에서 순항 중이다. 브로드웨이 진출을 염두에 두고 ‘과속스캔들’의 뮤지컬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킬…’이 수입한 작품이긴 하지만 일본에 진출했죠. 일본 관객이 저더러 ‘이런 작품을 만들어주어서 감사하다’고 하더군요. 공연장에서 저를 알아본 일본인 관객 1000명 정도가 사인 요청을 해온 적도 있어요.”
그가 설립한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그는 “폭주기관차처럼 달려온 10년이었다”고 자평했다. “한국시장에서만 뮤지컬을 제작하는 것도 충분히 중요한 일이겠지만, 저는 도전하는 것이 앞으로 10년간 할 일이라고 봐요. 뮤지컬 뿐 아니라 영화, 음악 등 여러 새로운 콘텐츠를 가지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습니다.”
그는 지난달 개봉한 ‘멋진 인생’으로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한 바 있다. 뮤지컬 ‘스트릿 오브 마이 라이프’의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독립영화다. 신 대표는 “다음 번에는 준비를 제대로 해서 상업영화를 만들 것”이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