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61주년] 대북전단 갈등… 주민들 “집밖 나오기도 겁나”

입력 2011-06-24 18:36

6·25전쟁이 남긴 상흔(傷痕)은 현재 진행형이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대북전단을 뿌리려는 북한 인권단체들과 생계를 이유로 이를 막는 민간인 통제구역 거주민들의 ‘남남 갈등’은 6·25전쟁이 남긴 또 다른 상처다.

6·25전쟁 발발 61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민통선에서 가장 가까운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과 마정1리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북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5일 오전 11시 파주시 성동리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대북전단지 20만장, 1달러 지폐 1000여장, 6·25 관련 영상이 담긴 DVD 등을 10개의 풍선에 실어 북으로 보낼 예정이다. 지난 21일에는 국민행동본부가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인근 마을에서 대북전단 1500장을 살포했다.

지난 4월 북한이 우리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숨길 수 없는 전쟁 도발 행위’라고 주장한 뒤 대북전단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휴전선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현실화됐다.

임진각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주민들은 최근 경직된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생계가 위협받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매점을 운영하는 김모(50·여)씨는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내·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북한이 임진각 지역을 직접 타격하겠다는데 누가 이곳을 찾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 가게의 매출은 지난해 말 이후 80% 정도 감소했다고 한다.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다른 상인도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대북단체들이 이번엔 다른 곳에서 전단지를 살포한다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까지 대북단체들과 임진각 주변 상인·주민들 간 다툼이 심했다고 전했다.

임진각에서 1∼2㎞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정1리 주민들은 긴장과 불안을 동시에 드러냈다. 마을 입구에서 텃밭을 가꾸는 이사희(65·여)씨는 “북한이 도발한다고 해도 말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말 연평도에 폭탄이 떨어지는 걸 보니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며 “대북전단을 뿌리면 북한이 직접 타격하겠다고 말한 만큼 정부가 좀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몰라 가급적이면 집 밖으로 안 나오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 마을에서 6년째 살고 있다는 주부 이영주(38)씨는 “요즘은 우리 군부대의 사격소리에도 깜짝 놀라곤 한다”며 “우리 마을엔 대피소도 없는데 만약 대북전단 살포로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지면 지리산에 있는 친정집에 내려가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반면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북한인권 단체는 휴전선 접경 지역 주민들이 북한 군부의 협박에 움츠러들지 말고 대북전단 살포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자유북한연합 박상학 대표는 “북한 동포들에게 북한의 실상과 외부 세계의 진실을 알리는 것은 우리 탈북자들의 사명과 의무”라며 “북한이 협박한 뒤에도 우리는 3차례나 공개적으로 전단을 살포했지만 결국은 공갈과 협박으로 그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박 대표는 “북한이 진짜로 노리는 것은 협박을 통해 남남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고 여기에 굴복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진각=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