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떨어졌지만 국내 기름값은 7월 6일 원상회복… 정부 ‘모든 방안 총동원’

입력 2011-06-24 18:31

정부가 ‘기름값 연착륙’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정유사들이 다음 달 6일 ℓ당 100원 할인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100원을 올려 받겠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미 비축유를 풀기로 한 데 이어 강력한 사재기 단속과 원유 할당관세·유류세 인하 등 가능한 방안은 모두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전날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 결정으로 24일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으로 전해지자 다소 안도하면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IEA의 비축유 방출 결정으로 23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4.39달러(4.6%) 내린 배럴당 91.0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2월 중순 이후 최저 수준이다.

IEA는 전날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석유수급 차질에 대응해 전략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키로 결정했다. 우리 정부도 비축유 346만7000배럴을 방출하기로 했다. IEA의 비축유 방출은 1991년 걸프전쟁과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 멕시코만의 원유 생산 시설이 피해를 입었을 때에 이어 세 번째다. 지식경제부는 IEA의 조치로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ℓ당 35원가량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비축유 방출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별도 기름값 안정 대책을 구상 중이다. 우선 정유사와 주유소들의 매점매석 등 유통시장 교란 행위를 집중 단속키로 했다. 현재 GS칼텍스 주유소들의 기름 품귀현상은 석유대리점 등의 사재기가 큰 이유라고 보고 있다. 실제 GS칼텍스는 공급 물량을 30∼40%가량 늘렸는데도 주유소에는 기름이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파급효과가 가장 큰 세금 문제도 고려하고 있다.

먼저 현재 3%인 원유 할당관세를 일시적으로 0%로 낮추는 방안을 상정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석유제품 가격이 ℓ당 20원가량 내려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 인하 여부도 주목된다. 교통세는 현재 정액으로 ℓ당 475원이 붙고 여기에 ±30%의 탄력세율(현재는 11.4%가량)로 산출된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유류세 인하라는 선례를 남기게 되면 기름값이 불안정할 때마다 이런 요구가 계속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따라서 비축유 방출과 사재기 단속 등으로 어느 정도 인하 효과를 낸 뒤 물밑에서 정유사들에 협조를 종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