汎삼성가에 무슨 일이 생겼나?… 대한통운 인수전서 삼성SDS에 뒤통수 맞은 CJ ‘격앙’
입력 2011-06-25 01:14
돈이 피보다 진한 걸까.
삼성그룹이 계열사인 삼성SDS를 통해 포스코와 손잡고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포스코와 경쟁을 벌이던 범삼성가인 CJ그룹이 발끈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범삼성가의 균열 조짐까지 거론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병철 선대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장남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조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미 계열 분리가 된 지 오래됐고, 오너끼리 삼촌, 사촌지간이라 해도 기업은 이익을 찾아 움직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삼성그룹에 뒤통수를 맞은 CJ그룹은 24일 대한통운 인수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J그룹 관계자는 “전면 재검토에는 최종적으로 입찰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증권을 인수 자문 주간사로 선정해 인수를 추진해왔지만 삼성SDS가 참여하면서 CJ그룹과 삼성증권과의 대한통운 인수 자문 계약도 철회됐다.
CJ그룹은 대한통운의 기업 가치와 인수 대금 등 정보가 삼성SDS에 노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3월 대한통운 인수전의 막이 오를 때만 해도 범삼성가에 내부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유력 인수 참여자로 꼽혔던 또 다른 범삼성가인 신세계가 인수의향서를 접수하지 않았고 삼성그룹도 그동안 인수 계획이 없다고 누누이 밝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SDS가 돌연 포스코 컨소시엄에 참여해 대한통운 지분 5%(114만617주)를 취득하기로 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CJ가 아닌 포스코와 손을 잡은 것은 사업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물류업은 물량확보가 관건인데 포스코는 계열사까지 포함할 경우 연간 물류비가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CJ그룹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다.
삼성그룹으로서도 물류업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 로지텍이 있지만 규모가 작아 삼성전자 자체 물류의 20% 정도만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CJ에도 의사 타진을 했지만 독자 인수 방침을 밝힌 탓에 포스코와 손을 잡은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의 외사촌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해 말 현재 삼성전자 주식 29만3500주가량(지분율 0.199%)을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돼 그 의도에 관심이 쏠렸다.
평가금액은 2439억원(23일 종가 83만1000원 기준)으로 삼성전자 개인주주 중 이건희 회장(3.38%), 홍라희 리움 관장(0.74%), 이재용 사장(0.57%)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신세계 관계자는 “본인 이름으로 주식을 산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인적인 단순 투자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재계의 관계자도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기에는 지분율이 미미하다”면서 “안정적인 투자 대상을 찾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맹경환 김수현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