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표결 파기’ 항의… 與 의원, 회의 거부 파행

입력 2011-06-24 18:27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가 24일 KBS 수신료 인상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는 바람에 두 차례 중단되며 파행을 겪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28일 표결처리를 주장하며 회의를 거부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밤늦게까지 회의장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날 전체회의는 지난 22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합의에 따라 KBS 김인규 사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소집됐다. 당시 여야는 24일 추가 심의를 거쳐 28일 오후 수신료 인상안을 표결처리키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23일 KBS의 공정성·중립성 등 선결조건을 내세워 사실상 여야 합의를 파기했다.

이에 따라 회의에서는 합의파기 등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격렬하게 벌어졌다. 한 차례 정회 후 오후 2시45분쯤 다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간사인 한선교 의원은 “민주당이 원내수석부대표 간 합의사항을 다 파기했다. 오늘 회의도 그 합의에 따른 것인데 (민주당이 합의를 깼으니)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산회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여야 합의 정신은 KBS 사장을 출석시켜 수신료 인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충분히 들은 뒤 인상 여부를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맞섰다. 간사 간 설전이 이어지자 한나라당 소속인 전재희 문방위원장이 “양당 간 협의하라”며 정회를 선포했다. 이후 한나라당 소속 문방위 의원들은 모두 회의장을 떠나 버렸다.

민주당 소속 문방위원들은 오후 4시50분 성명을 발표하고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거부한 채 모두 떠나 버렸다.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밤 12시까지라도 회의장에서 기다리겠다. 돌아오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28일 표결처리하기로 했던 종전 합의를 지킨다고 하면 얼마든지 돌아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한나라당과 KBS 수신료 인상안 표결처리 합의로 당내에서 비판을 받아온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공식 사과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문방위 소위에 이어 전체회의에서 날치기를 강행하려 해 불가피하게 긴급 피난적 성격으로 시간을 벌려 했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혼란을 줘 사과한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