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기밀문건 한국학자 등에 유출 혐의로 수감… 中, 홍콩인 학자 쉬쩌룽 9년만에 석방

입력 2011-06-24 18:16

중국 정부의 한국전쟁 관련 자료를 한국 등 해외에 제공한 혐의로 복역해온 홍콩인 학자 쉬쩌룽(徐澤榮·55)이 23일 9년 만에 석방됐다.

쉬쩌룽은 인터뷰에서 “나의 (범죄 혐의) 경우는 수수께끼”라며 “나는 현행법상 무죄이며, 정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쉬쩌룽은 2002년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한국전 참전 결정 과정 및 북한 지원군 파견 상황 등이 담긴 한국전 초기 기밀문건 4건 등을 한국 학자에게 제공한 혐의 등으로 13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왔다. 홍콩 영주권자인 그는 이번에 광저우(廣州)시 중급인민법원에서 감형을 받고 석방됐다.

미국 소재 중국 인권단체인 두이화재단은 그동안 “쉬쩌룽의 혐의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중국 당국에 석방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두이화재단 관계자는 “쉬쩌룽이 감형에 의해 조기 석방된 것은 최근 인권운동가 탄압 등 중국의 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쉬쩌룽은 1990년대 광저우 사회과학원 부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한국전쟁 및 중공수출혁명사 등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분야를 주로 연구해 왔다.

그의 부친은 인민해방군 광저우군구(軍區) 고위 간부와 중산(中山)대 당위원회 부서기를 역임했다. 그는 80년대 홍콩으로 건너가 신화통신에서 재직하며 중문(中文)대에서 정치행정학 석사를 마쳤고,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음 달 홍콩으로 돌아가는 그는 9월부터 옥스퍼드대에서 방문교수로 재직할 예정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