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정일리아’ 한국서 개봉 美 하이킨 감독 “北 인권 유린 실태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

입력 2011-06-24 18:16

“몇 년간 영화를 만들면서 셀 수도 없이 제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볼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을 흘리게 되네요. 21세기에도 정치권력에 의해 인권이 유린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픕니다.”

영화 ‘김정일리아’를 연출한 N C 하이킨(63) 감독은 24일 서울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회견에 앞서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정일리아’는 탈북자 12명의 증언을 통해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다.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피아노곡을 연주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러시아 유학파 피아니스트, 부모가 수용소에 왜 감금됐는지도 모른 채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 사춘기에 가족 3대가 모두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탈출한 사람, 중국으로 탈출해 몇 년을 매춘으로 살아온 여성 등의 다양한 사연이 생생하게 이어진다. 김정일리아는 북한에서 김정일꽃으로 불리며 신성시되는 다년생 베고니아를 가리킨다.

하이킨 감독은 2002년 일본에서 열린 국제인권회의에서 우연히 탈북자의 증언을 듣고 영화 촬영을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아홉 살에 수용소로 끌려갔다는 강철환씨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 어린아이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기에 끌려갔을까’ 하는 생각에 속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이킨 감독은 3년여 동안 탈북자들을 인터뷰하고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탈북 경로 및 중국에서의 탈북 난민 구조과정 등을 긴박감 넘치는 화면에 담아내며 2009년 영화를 완성했다.

유대계 미국인인 하이킨 감독은 “저도 수용소에서 친척들을 잃은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며 “과거의 참혹함이 현재에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영화를 한국에서 개봉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드디어 제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된다니 너무나 기쁘고 감동스럽습니다. 부디 보다 많은 한국 관객이 자신의 먼 형제와 자매들이 얼마나 큰 고통 속에 처해있는지 알게 되길 바랍니다.”

영화는 2009년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상과 이듬해 체코 윈월드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워싱턴포스트와 BBC 등 해외 주요 언론을 통해 ‘북한 인권을 밀도 있게 다룬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23일 개봉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