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엔 장애인에 대한 편견 있지만 차별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포함… 예장 통합, 장애인 선교 세미나
입력 2011-06-24 17:53
“구약성경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몰이해를 그대로 담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사회봉사부가 23∼24일 대전 유성 아드리아호텔에서 주최한 ‘2011 장애인 목회자 선교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신학자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교단의 ‘장애인 신학’ 정립을 준비하는 행사 취지로 볼 때 반갑지 않은 내용이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그럼에도 장애인 선교를 위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총회 장애인신학준비위원장인 채은하(한일장신대) 교수는 사무엘하에 등장하는 왕손 ‘므비보셋’을 통해 그 시대 장애에 대한 편견이 어떠했는지 살펴봤다. 사울의 후손이요, 요나단의 아들로 다윗만 없었다면 왕위에 오를 수도 있었던 므비보셋이지만 그가 등장하는 본문(삼하 4:4, 9:1∼13, 16:1∼4, 19:25∼31, 21:7)마다 빠짐없이 ‘다리를 저는 자’라는 묘사가 들어 있다. 채 교수는 “장애인이라는 사실 속에 그의 모든 신분과 자격과 재능이 묻혔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밖에도 성경 여러 대목에서 장애인은 무능과 무지를 대변한다. 연약하고 의존적인 이미지로 표현되며 ‘하나님께서 거부한 것’의 비유로도 사용된다(미 4:6∼7, 습 3:19). 채 교수는 “실제로 고대 이스라엘에서 장애인은 사회적 차별은 물론 ‘하나님의 징벌을 받은 자’라는 정죄도 감당하며 살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경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몸이든 정신이든 그들이 입은 상해 때문에 차별하지 않으시는 하나님”(갈 2:6)과, 약함과 장애를 ‘하나님이 임재할 수 있는 자리’로 여기는 시각(사 52:13∼53:12, 고후 12:9)도 찾아볼 수 있다. 최 교수는 “장애인의 정체성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장신대 황홍렬 교수 역시 구약 속 장애에 대한 부정적 부분들을 찾아본 뒤 “종말에 장애인들이 듣고 보게 되며(사 29,18), 구원 받는 자들 가운데 포함되며(렘 31,8), 그날에 구원을 받으며(미 4,6∼7), 하나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하게 된다(눅 14, 21) 등 긍정적인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성서의 부정적 내용들은 당시 문화와 관련 있는 만큼 오늘 우리 상황에서 재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총회는 ‘교회 내외에서 장애인의 완전 참여와 평등’을 목표로 장애인 신학과 장애인 선교 원칙을 정립하기 위해 4∼5차까지 세미나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