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 길게 보아야 살아남는다

입력 2011-06-24 17:51

한나라당은 국회 교섭단체 가운데 최대의석인 169석을 가진 정당으로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집권당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상실한 채 정체성이 모호한 ‘야당스런 여당’이 되어가고 있다. 오로지 내년 4월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한심한 여당으로 전락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모습은 지난 23일 대학 등록금 인하 방안 발표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최근 뚜렷한 대안도 없이 반값 등록금 문제를 제기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더니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조차 정부와 조율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등 전혀 집권당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당과 소통을 제대로 못해 좌충우돌하고,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로서 조정능력을 상실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여권의 모습을 보는 국민은 답답하고 불안하다. 반값 등록금뿐 아니라 가정상비약 슈퍼 판매, 저축은행 수사, KBS 수신료 인상문제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여권의 세 축이 각각 놀고 있는 느낌이다.

일부 언론은 황우여 원내대표가 “정부에서 계속 재정을 문제 삼아 등록금 인하 방침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야당의 힘을 빌려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했다. 집권당 원내대표로 할 말이 아닌 것 같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는 더 이상 집권당 원내대표로서의 자격이 없다. 한나라당이 선거에 쫓겨 표의 포로가 된 것 같다. 한나라당이 구체적 대안이 없는 선심성 정책들을 갖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한나라당을 이같이 엄히 질책하는 것은 야당과는 달리 청와대 정부와 함께 국정의 한 축으로 국가경영의 무한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야당과 달리 집권 한나라당 정책은 국민생활과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계속되는 한나라당의 아마추어 수준 정치로 자칫 국가가 파탄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황 원내대표와 차기 당 대표선거에 출마한 7명 후보 모두 한나라당이 처한 오늘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