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더미 그림 속으로 떠나는 상상 속 여행… 서유라 개인전 ‘여행, 색에 물들다’
입력 2011-06-24 18:02
책 그림을 통해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서유라(27) 작가의 3번째 개인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7월 3일까지 열린다. ‘여행, 색에 물들다(Soul Trip)’라는 타이틀로 역사, 대중문화, 여성 등 작가의 관심사를 책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2007년 첫 개인전 이후 책 작업을 일관되게 해 왔다. 초등학교 시절 ‘유라의 하루’라는 일기책을 발간하면서 책에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일기책은 꿈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도구였고, 수수께끼처럼 비밀을 풀어나가는 즐거운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전문서적, 고전소설, 잡지 등을 자유롭게 펼치고, 구기고, 포개는 책 쌓기로부터 시작된다.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그려진 책의 이미지는 딱딱하고 현학적인 대상이 아니라 어린시절 블록쌓기 놀이처럼 즐겁고 유쾌한 것으로 변주된다.
“책은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착안하게 됐어요. 헌책방이나 옛것에서 오는 감수성을 발견하는 작업이라고나 할까요. 책 쌓기 작업은 느리게 여행하기와 비슷해요. 한 권 한 권 쌓아올리는 과정은 참 더디지만 느리게 호흡하는 매력이 있지요.”
이번 신작들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강조한 것이 많다. ‘진주 귀고리 소녀’ ‘클림트 황금빛 유혹’ ‘다이어트의 여왕’ ‘현대화장품학’ 등 책 속의 책은 현대 소비사회에서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여성의 욕망과 자유, 정체성 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구성과 색채가 이전 작품과 사뭇 달라졌다. 현대판 ‘책가도’를 연상시키는 기존의 질서정연한 책 쌓기에서 벗어나 하트나 별 모양 등으로 자유롭게 변화를 주었다. 사실주의적 회화의 맛이 더해진 세밀한 묘사와 작품 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채색이 감각적이다.
책 더미 속에 숨어 있는 각각의 개성적 이미지와 텍스트들이 어울려 하나의 그림이 된다. 그의 책 그림에 등장하는 책들을 읽어가다 보면 복잡하고 각박하지만 감성이 숨어 있는 상상 속의 시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02-720-102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