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기독교 윤리란 무엇인가

입력 2011-06-24 17:33


자살은 개인넘어 사회구조 문제

교회가 생명문화 창달에 나서야


지난 13일 임상규 순천대 총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예계와 체육계에 이어 교육계, 정관계 유명 인사들이 사회적·심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버리는 현상이 한국 사회에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자고나면 들려오는 자살 소식이 우리 사회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왜 자살하는 것일까? 자살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개인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우울증 등 병적인 정신질환과 과도한 스트레스, 시험에 대한 부담감, 자존심 파괴, 생명경시 사상이 원인이다. 다음으로는 사회구조적 문제이다. 물질만능주의 풍조, 지나친 경쟁사회, 경제 불황의 장기화와 사회 양극화, 실업률 증가, 구조조정, 부도나 사업의 파산, 노인 문제 등으로 인한 사회 부적응이 자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자살 사례를 꼼꼼히 살펴보면, 개인적 원인과 사회구조적 문제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자살이 개인적 문제만이 아니라 상당 부분 사회문제에서 야기되고 있다면 미봉책으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모순의 표출이라는 데 깊은 우려와 문제의 심각성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 종교인과 비종교인 중 누가 더 많이 자살하는지 여부는 우문에 불과할 뿐이다.

사회학자 뒤르켐(E Durkheim)은 ‘자살론’에서 극히 개인적인 행위로만 생각해왔던 자살 현상을 사회통합이나 사회규제의 정도에 따라 통계적으로 분석해 사회적 현상으로 설명했다. 그가 분류한 네 가지 자살유형 가운데 하나인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도덕적 통제의 결여에서 나타났다. 반면에 이기적 자살은 사회적 연대감이나 통합이 약한 집단에서 개인주의적 경향으로 나타났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개신교 국가가 가톨릭 국가보다 자살률이 높고, 같은 나라에서도 개신교 공동체가 가톨릭 공동체보다 높았다.

자살 문제의 핵심은 사회가 건강하냐 건강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는 전 계층에 걸쳐 여러 양태로 자살을 부른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과도한 시장 경쟁에서 생겨나는 사회 양극화는 도덕적 해이와 더불어 생명경시 풍조를 낳고, 결국 무서운 사회적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독거노인 등이 사회 안전망 부재로 자살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자살은 생명문화가 아닌 죽음문화 속에서 자주 일어난다. 죽음을 부추기는 악한 사회 속에서는 자살이든 타살이든 생명 파괴를 막기가 어렵다. 기독교는 생명문화를 창달해야 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은 먼저 자신의 고귀한 생명을 사랑해야 한다. 더불어 이웃의 생명 또한 사랑해야 한다. 이웃사랑은 사회를 생명공동체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생명이 넘치는 사회가 될 때, 정의가 실현되고 참된 평화가 깃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형제를 사랑함으로 사망에서 옮겨 생명으로 들어간 줄을 알거니와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사망에 머물러 있느니라”(요일 3:14)

강병오 교수 (서울신학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