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美軍 3만3000명 “내년 여름까지 철수”… 오바마, 철군 계획 발표
입력 2011-06-24 01:3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년 여름까지 모두 3만3000명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이 아프간 전쟁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철군이 구체화됐으며, 철군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3000명이 많다.
◇국내 정치적 상황 고려한 철군=오바마 대통령은 22일 밤(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대국민연설을 통해 2009년 말 추가 파병했던 1만명을 올해 안에, 나머지 2만3000명을 내년 여름까지 귀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알카에다 세력이 9·11테러 이후 어느 때보다 많은 압박을 받고 있어 철군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미국은 국내에서 나라 재건에 초점을 맞출 때”라고 말했다.
일단 내년 여름까지 3만3000명이 철군하더라도 아프간에는 6만8000명이 남아 있다. 이들은 최소한 2014년까지 남아 있을 예정이다. 아프간 정부가 미군의 주둔을 바라는 상황에서 완전 철수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철군 계획은 완만한 철군을 주장했던 군 지휘부의 건의보다는, 전쟁 비판여론과 내년 재선을 감안한 국내 정치적 판단을 우선시한 결과다. 미국 내 진보 진영을 비롯한 철군론자들과 지지층에 ‘전쟁을 마무리해 가는 국면’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엄청난 재정적자와 천문학적인 전비(戰費) 때문에 아프간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전투 무게중심 대테러전략으로 이동=오바마 대통령이 최종 결정한 규모와 일정은 당초 예상보다 크고 신속한 것이다. 더 이상의 세부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빠른 철군에 반대하는 군 지휘부의 입장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다 구체적인 일정은 군 지휘부가 판단하도록 남겨뒀다.
하지만 철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프간 전황이 악화된다면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군부의 강력한 건의에 따라 아프간에 병력을 증파하는 동시에 올해 7월부터 철군 개시를 약속했었다.
그동안 행정부와 의회, 군부 내에서는 정규전 성격의 대(對)반군(counterinsurgency)전략과 무인 정찰기와 특수부대를 동원해 정밀타격하는 대테러(counterterrorism)전략 중 어느 게 더 효율적인지를 놓고 논란을 빚어 왔다. 이번 대규모 철군으로 무게중심이 보다 더 대테러전략으로 이동할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도 탈레반과 평화협상 진행=미국이 아프간 주둔군에 대한 철수 계획을 밝힌 가운데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23일 “영국 정부와 탈레반 사이에 평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19일 CNN의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 탈레반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한 뒤 “아직은 사전 준비 단계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앞서 2015년까지 9500명의 영국군을 모두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