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바닷가 마을 초등학교에 “레디, 액션!”… “연기 어렵지만 영화 직접 찍으니 신나요”

입력 2011-06-23 19:05


“의준아, 이번엔 웃지 말고 실감나게 가보자. 알았지? 자! 한 번 더. 레디, 카메라, 액션!”

장맛비가 오락가락 내리던 22일. 충남 태안의 최북단 바닷가 마을에 있는 이원초등학교. 영화감독을 맡은 6학년 손정민군이 학교 2층 복도에서 주연배우인 5학년 정의준군을 다독였다. 벌써 수차례 같은 장면에서 NG가 났지만 정민군은 짜증을 내거나 지친 기색 없이 영화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아휴∼ 너무 어려워. 아무리 해도 잘 안 된단 말이야. 감독 형이 직접 시범을 보여줘.”

첫 연기에 도전하는 의준군은 ‘어? 이 사람들이 왜 멈췄지?’라는 대사를 말하는 게 어려운지 연신 머리를 긁적였다. 정민군은 “나도 연기는 어려워. 하지만 카메라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말하면 더 좋을 것 같아”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카메라를 쥔 5학년 정승민군이나 곁에서 다음 촬영을 기다리던 여배우 3총사 남하늘, 정혜영(이상 6학년), 손현진(5학년)양은 모두 진지한 표정이었다.

이들이 찍는 영화는 ‘타임 리모콘’이라는 단편으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신비한 리모콘을 둘러싼 소동을 담았다. 이들은 9개의 전체 신 가운데 2번째 복도 신을 촬영 중이었다. 의준군은 “이렇게 영화를 어렵게 찍는지 예전엔 몰랐어요. 그래도 형과 누나, 친구들과 함께 찍으니까 재미있고 신나요”라며 웃었다.

아이들의 영화 촬영은 CGV가 2008년부터 사회공헌을 위해 펼쳐 온 ‘나눔의 영화관’ 사업 중 ‘창작나눔’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창작나눔이란 문화 소외지역 아동이나 저소득가정 아동, 다문화가정 아동 등을 대상으로 매달 전문 창작 멘토들이 학교나 공부방,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영화창작을 교육하는 사업이다.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3일 동안 아이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하고, 촬영해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한 뒤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상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5∼6명이 한 조를 이루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조마다 현직 영화감독이나 연출자인 창작 멘토를 둔다. 그동안 매년 180∼250명의 아이들이 영화창작 교육을 받았다.

CGV 사회공헌담당 이상규 팀장은 “창작나눔을 통해 문화적으로 소외받는 아이들이 영화를 직접 찍으면서 즐거운 추억도 만들고 미래의 꿈도 키우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며 “개인적으로는 창작나눔에 참여했던 아이들 중에 먼 미래 우리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영화를 찍는 감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안=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