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캘퍼와 공생” 증권사 대표 12명 등 무더기 기소
입력 2011-06-23 18:46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시장의 초단타 매매자인 ‘스캘퍼’와 이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해 수입을 올린 증권사의 대표들이 무더기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스캘퍼에게 일반회선보다 빠르게 주문을 체결할 수 있는 전용회선을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증권사 대표 12명을 포함한 임직원 30명을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증권사로부터 전용회선을 받아 ELW를 매매한 손모(40)씨 등 스캘퍼 5개 조직 18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기소자 48명 중 구속자는 스캘퍼 2명, 전·현직 증권사 직원 2명이다.
대표가 기소된 증권사는 대신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한맥증권, 현대증권, HMC투자증권, KTB투자증권, LIG증권이다. 검찰 관계자는 “증권사가 스캘퍼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대표들이 이를 지시했거나 최종 결재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 결과 12개 증권사는 ELW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것처럼 개미 투자자를 현혹시켜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스캘퍼로부터 거액의 수수료 수입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2월부터 올 2월까지 이런 방식으로 올린 수수료는 약 30억원이다.
스캘퍼는 증권사로부터 데이터 전송속도를 대폭 높인 컴퓨터를 제공받아 수익을 챙기는 등 공생관계를 유지했다. 증권사들은 주문이 거래소에 도달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초단타 매매에 유리하다는 점을 악용해 전용회선을 제공하는 특혜를 줘 스캘퍼이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게 했다. 스캘퍼의 매매 프로그램이 탑재된 컴퓨터를 증권사 내부 전산망에 직접 연결하거나 주문 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보안점검 항목 중 일부를 제외하는 방식이 이용됐다. 스캘퍼를 아예 증권사 직원으로 고용해 거래 컴퓨터를 증권사 서버에 접속시킨 사례도 있었다. 그 결과 스캘퍼들은 일반투자자보다 3∼8배 빠르게 거래를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하루 거래액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스캘퍼 조직 하나만 끌어들여도 시장점유율이 평균 1% 상승한다”며 “이를 이용해 ELW 시장의 점유율을 최고 15%까지 끌어올린 증권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통상 4∼5명으로 구성된 스캘퍼 조직은 증권사가 제공한 각종 특혜를 이용해 범행기간 동안 수십조원을 거래해 1인당 최대 100억원까지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