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가벼운 입’에 시장 출렁… 카지노 내국인 허용 시사에 강원랜드 한때 하한가

입력 2011-06-23 21:22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3일 서울 와룡동 문화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운영 중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내국인 입장을 허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 대한상공회의소 조찬 강연에서 “카지노를 하려면 (내국인에게도) 다 열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한 해명이다. 정 장관의 발언은 ‘정부가 국내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을 허용할 방침’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23일 카지노 기업의 주가는 요동쳤다. 파라다이스 GKL(그랜드코리아레저) 등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카지노 주가는 일제히 뛰었고,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강원랜드 주가는 장 초반 하한가까지 급락했다가 3.68% 하락으로 마감했다.

정 장관은 간담회에서 “전달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참석자의 질문을 받고 관광 분야에서 무역역조가 가장 심한 골프나 카지노 여행 등을 개선할 근본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 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정부가 카지노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 등을 계속 운영할지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하지만 카지노를 포함해 관광산업 정책에 대한 접근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는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관광 수지 역조의 상당 부분이 카지노에서 발생하고 있으니 (내국인 출입을 불허하는) 카지노 정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만약 내국인에게 카지노를 허용한다면 지금처럼 카지노만 하는 게 아니라 종합 레저시설로 가야 한다는 뜻”이라고도 덧붙였다.

정 장관이 민감한 사안에 사견을 불쑥 털어놔 문제가 된 적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월 취임 한 달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문화 수준이 높아진 만큼 이제 일본 드라마를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말했다가 파문이 일었다. 당시 문화부는 “장관이 평소 소신을 얘기한 것으로 문화부는 그럴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중국이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아리랑을 자국 무형문화재로 등재한 것과 관련, “올해 내 모든 지역의 ‘아리랑’을 수집해 내년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중국 옌볜 조선족 아리랑도 우리 아리랑의 일부분일 뿐”이라며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해 중국과 합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