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과일 농사 비상… 2010년 겨울 이상한파로 포도·복숭아 등 작황 부진
입력 2011-06-23 21:26
올해 과일 농사가 심상치 않다. 날씨는 한여름이지만 여름 과일인 수박, 참외 등은 여전히 비싸고 본격적인 시즌을 앞둔 캠벨포도나 복숭아는 아직 찾아보기도 어렵다. 지난겨울 한반도를 덮쳤던 이상한파의 여파가 올해 결실에까지 미치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대표적 가을 과일인 사과와 배 농사 상황도 밝지 않다. 여기에다 올해 추석은 수확기보다 한 달 가까이 빨라 과일값 불안이 우려된다.
2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과와 배, 포도, 복숭아 등 전반적인 과수의 생육(성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도의 경우 올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7∼9%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경북과 충북지역을 중심으로 지난겨울 한파로 3200㏊ 가까이 동해 피해를 입으면서 단수(단위면적당 과수)가 지난해보다 5.9∼7.9% 정도 감소한 탓이다. 특히 주로 노지에서 재배되는 머루포도와 캠벨포도의 피해가 컸다. 겨울 한파에 봄철 저온현상까지 이어지면서 출하 시기도 지난해보다 늦어지고, 품질도 70∼80% 정도가 떨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복숭아도 겨울철 동해, 개화기 저온 현상으로 인해 평년보다 착과(열매가 열리는 비율) 상황과 품질이 평년보다 나쁘고 출하시기도 지난해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가을철 수확을 앞두고 있는 사과와 배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나빴던 기후로 인해 나무의 저장 양분이 부족해졌고, 지역에 따라 동해 등도 겹쳤다. 이로 인해 사과 착과 수는 지난해보다 9% 정도 적을 것으로 조사됐고 성장 상태도 평년에 비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배도 마찬가지다.
보통 생산량의 절반 이하 정도만 판매하는 사과나 배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생산량 감소 자체가 시장에 줄 충격은 크지 않다. 하지만 당도나 크기 등 품질 저하와 평년보다 한 달 가까이 빠른 추석(9월 12일) 시즌과 수확기(10월 이후) 사이의 시차는 심각한 문제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포도와 복숭아의 경우 생산량이나 품질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라면서 “사과와 배는 지금의 성장 수준은 큰 문제가 아니고 7, 8월 태풍 피해 여부가 관건이다. 문제는 가을 생산량의 90% 정도를 소화하는 추석 시즌이 수확기보다 너무 빨라서 가격 폭등이 우려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기상변화가 심한 7∼10월에는 매달 3회씩 농산물 관측정보를 발행할 것”이라면서 “과실류는 지난 겨울 추위로 동해가 일부 발생한 데다 올 추석이 빨라 추석 전 공급 가능 예상 물량 등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