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8000억 등록금 인하’ 黨·政·靑 혼선… 한나라, 합의없이 일방발표
입력 2011-06-24 01:28
등록금 인하 방안을 둘러싼 당·정·청 혼선이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23일 2014년까지 6조8000억원 규모의 ‘등록금 부담 완화 및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자마자 정부는 “합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아쉽다”고 반응했다. 국가 주요 정책을 여당이 청와대·정부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당·정·청은 이날 밤 긴급 9인 회동을 갖고, 등록금 문제를 조율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은 “종합적으로 정부가 당과 구체적인 안을 다듬어보겠다”고 말했다.
등록금 인하 방안 발표를 둘러싼 ‘1박2일’ 혼선의 출발점은 22일 저녁 긴급 당정이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여의도 한 식당에서 모여 등록금 문제를 논의했다.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의장은 “큰 틀에서 합의를 했지만, 최종적인 합의는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는 청와대에 ‘한나라당이 등록금 인하 방안을 23일 발표하려고 한다’고 보고했고, 청와대는 한나라당에 “발표 시점을 늦춰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23일 오전에도 발표 연기를 요청했으나 여당은 강행했다.
황 원내대표와 이 의장의 발표에 앞서 여당의 소장파 의원들은 “27일 이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회담 이전에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황 원내대표는 발표장에서 “저희들은 6월이라는 시한에 매여 있다. 이번 주가 시한이라는 말을 오래전부터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당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등록금 문제는) 풀어가기 쉽지 않은 고차방정식”이라며 “한나라당의 입장도 세워줘야 하고, 민생회담을 앞둔 야당 대표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곤혹스러워했다. 그는 “등록금 문제는 정부 내에서도 최종 합의가 안 돼 있다”며 “아직도 재정부 입장은 당과 다르고 교과부의 입장도 조금씩 다르다. 조율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이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발표했다가 어떻게 책임지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재정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고 어떤 원칙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큰 틀에서 어느 정도 합의했다”며 “다만, 재정지원 규모와 방식은 짚어볼 점이 많아 후속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MB노믹스’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소득세 및 법인세 추가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결정한 한나라당이 이번 발표를 강행하면서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을 둘러싼 당·청 갈등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남도영 유성열 이명희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