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용역 발주대가로 뇌물·금융당국 간부에 향응… 거래소도 ‘비리 연찬회’
입력 2011-06-23 18:19
한국거래소(옛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법인 대상 연찬회에서도 비리가 적발됐다. 거래소 간부들은 행사용역을 맡긴 대가로 여행사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고, 강사로 초청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부들은 피감기관인 거래소 직원들로부터 술·골프 접대를 받았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연찬회 용역을 발주해준 대가로 J여행사로부터 213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거래소 팀장 김모(42)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거래소 공시총괄팀은 2006년 6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제주의 한 호텔에서 ‘상장법인 공시책임자 연찬회’를 5차례 열었다. 모두 2일 일정(금·토요일)이었고 회당 경비 8000만원 중 6000만원은 참가 상장사들이, 2000만원은 거래소가 부담했다.
김씨 등은 J사에서 받은 돈을 금감위·금감원 간부 접대비와 자체 회식비 등으로 썼다. 이들을 포함한 거래소 직원들은 연찬회에 가서 골프 치는 데 법인자금 1010만원을 유용했다. 거래소 측은 행사경비 부족분(유흥비 등) 430만원을 상장사에 추가 부담시키기도 했다.
거래소는 강사로 초빙한 금감위 4명, 금감원 2명에 대한 술값, 골프비, 항공료, 호텔 숙박비 등 600여만원을 대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저녁에 1시간만 강의했고 일부는 술과 골프 접대를 받았다. 골프 라운딩 때는 거래소 공시팀장, 상장사 공시책임자와 한 조로 편성됐다. 2007년 6월 15일 연찬회에 온 금감위 정모 서기관은 강의료 50만원이 적다며 더 달라고 해 5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해명 자료를 내고 “정 서기관은 유흥주점 접대에 참석하지 않았고 강의료를 추가 요구한 사실도 없다”며 “20만원짜리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홍모 과장도 자비로 결제했다”고 반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시 행사는 연찬회가 아니라 상장사 공시책임자 교육 프로그램으로, 초청받은 공무원의 숙박비와 교통비 등 출장경비는 당연히 초청한 측에서 부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접대 받은 감독기구 관계자에 대해 수뢰 혐의로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또 거래소 간부들이 연찬회에 참석한 상장사에 공시와 상장폐지 관련 편의를 봐주고 금품을 받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거래소 외 대기업, 제약회사, 대학 등이 J사에 연찬회 용역을 맡기고 금품을 받은 정황도 확인돼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백민정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