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유업계 ‘기름값 연착륙’ 신경전

입력 2011-06-23 21:18


다음 달 6일 정유사들의 100원 할인판매 종료가 임박해지면서 정부와 정유업계가 이른바 ‘기름값 연착륙’ 방안을 놓고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정유사들이 100원의 일부만 환원해 충격을 완화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정유업계는 더 이상 할인 연장은 어렵다고 버티고 있다.

지식경제부 조영신 석유산업과장과 정유 4사 관계자들은 지난 15일 석유제품 수급대책회의를 가졌다. 회의 내용에 대해선 정부와 업계의 설명이 엇갈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3일 “지경부에서 정유사 관계자들을 불러 기름값 연착륙 방안을 강구하도록 요청했다”며 “정유사는 연장이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경부 측은 GS칼텍스 주유소 등 정유사의 공급부족 문제를 점검하고, 할인종료 전후 석유 유통시장의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회의였다고 해명했다. 기름값 할인 조치 연장이나 단계적 환원 등은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난 4월 정유사들이 기름값 100원 할인 판매를 결정한 것은 정부의 압박에 백기 투항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지경부가 이번에 정유 4사를 불러 모은 것도 압박 차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유업계가 정부 요구에 어떤 타협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만약 정유업계가 버티면 화살이 정부에 돌아가 원유 할당관세나 유류세 인하 요구도 거세질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수도권 GS칼텍스 주유소들이 휘발유와 경유를 공급받지 못하는 등 기름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주유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 시흥의 한 GS주유소 대표는 “GS칼텍스에서 기름을 공급해주지 않아 외상거래처에 기름을 주지 못해 거래처가 다 끊기게 생겼다”며 “옆 주유소에서 기름을 빌려오고 해서 근근이 버티는데 이 손해를 누가 보상해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수원의 GS주유소 관계자도 “며칠째 아무런 설명도 없이 기름을 공급해주지 않아 탱크가 거의 바닥났다”고 하소연했다. 안양지역 주유소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 11일과 18일 여수 공장이 고장으로 가동을 중단해 80만 배럴의 등유 경유가 생산차질을 빚은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GS 측은 사재기 등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40%가량 폭증해 공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말을 할 수 없지만 GS 제품이 상대적으로 싸 사재기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유소 업자들 사이에선 “GS가 최근 이익이 많이 남는 일본 쪽에 수출을 늘린 탓”이라는 루머까지 나돈다.

한편 소비자시민모임은 4월 첫째주와 6월 둘째주 정유사 휘발유 공급가격을 국제 휘발유 가격 변동을 감안해 분석한 결과 SK에너지는 ℓ당 58.16원만 인하했고, GS칼텍스 72.53원, 현대오일뱅크 35.39원, 에쓰오일 67.36원 인하하는 등 100원 할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