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돌아온 닥터K 김수경 “반갑다, 1군 마운드”

입력 2011-06-23 18:11

왕년의 에이스 김수경(32·넥센)이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김수경은 지난 11일 삼성전에 마운드에 올랐다. 2010년 4월 6일 삼성전 이후 무려 432일 만의 1군 등판이었다.

김수경은 그날 삼성 타선을 3¼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낸데 이어 15일 두산전에는 3이닝 1실점, 21일 LG전에서는 1이닝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1군에서의 좋은 출발을 알렸다. 직구 스피드는 예전만 못했지만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여전히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김수경은 무너진 현대 왕조의 마지막 에이스 출신이다. 데뷔 시즌인 1998년 32경기에 출전해 12승 4패 2세이브 탈삼진 168개에 평균자책점 2.76을 거두며 그 해 신인왕을 차지했고, 99년에는 탈삼진왕에 오르며 ‘원조 닥터 K’로 이름을 높였던 선수다. 통산 111승으로 현역 투수 가운데 통산 최다승 2위의 기록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직구의 속도가 현저히 저하되면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지난해 부터는 줄곧 2군 생활을 해오며 잊혀진 존재가 돼 왔다.

그토록 기다리던 김수경의 부활에 현대 시절부터 그를 조련했던 김시진 감독의 얼굴도 밝아졌다. 김 감독은 “성실하고 인간성도 좋은 선수”라며 “일단 부담없는 상황에 투입한 후 계속 좋아진다면 선발진에도 합류시키겠다”고 말했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넥센 마운드에 김수경 처럼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백전노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선발의 한 축이었던 김영민이 무릎부상으로 한동안 결장하게 돼 넥센 선발진에 구멍이 난 상태다.

14년차 베테랑 김수경은 1군 무대에 대해 “신인과 같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각오다. 김수경은 “2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렇게 유니폼을 벗는건 아닌지 불안했다”면서 “지금 내게는 보직에 관계없이 1군 마운드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라고 말했다. 김수경은 “아직 선발로 들어가기엔 구위가 올라오지 않았다”면서도 “최대한 많이 던져 감각을 찾아 선발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