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돕는’ 교회, 재기의 돛을 달다

입력 2011-06-23 18:16


지난 2월, 강원도와 경북 일대에 퍼부었던 폭설로 25년 전 지은 조립식 교회당이 무너졌다. 폭설은 교인들의 삶에도 어려움을 줬고, 담임목사는 5개월간 사례비를 받지 못했다. 장년 20명에 교회학교 어린이 20명이 전부인 교회는 그대로 문을 닫는가 싶었다. 하지만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교회를 살려야 한다는 13명의 교인이 건축위원회를 조직했고 이들은 5000만원을 헌금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교인 중 매화 쌀 조청 사업을 하는 권사 한 명은 수익금 일체를 교회건축에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자 다른 교인들이 권사의 사업장에 출근해 무급으로 공동작업에 참여했다. 담임목사와 사모도 팔을 걷어붙여 매화 원액과 조청을 차에 싣고 서울 등지로 다니며 친분이 있는 목회자들을 만났다. 경북 울진군 원남교회 서정율(60) 목사가 요즘 세일즈맨이 된 이유다.

23일 만난 서 목사 내외는 교인들을 칭찬하며 ‘감사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는 “교회를 세워야겠다는 마음에 교인들이 하나가 됐다”면서 “정말 위대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교인들의 헌신에 서울 광염교회(조현삼 목사)도 5000만원을 후원했고 삼일교회 역시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23일 열린 기공예배에서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교인들의 ‘교회사랑’에 감탄한 방오영 월송감리교회 원로목사가 그 자리에서 1000만원을 작정했다. 또 예장 합동 안동노회 장로 한 명도 “고향 생각이 났다”며 즉석에서 100만원을 헌금했다.

서 목사에 따르면 원남교회는 풍파가 많았다. 25년간 담임목사가 7번이나 바뀌었고 그 와중에 이단 단체와 갈등하고, 한동안 목회자가 없는 시절을 보냈다. 거기다 이번에 교회당이 붕괴되는 시련까지 겪었다. 그러나 교인들은 똘똘 뭉쳐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부임한 서 목사는 교인들의 기도응답이기도 했다. 고향의 교회를 맡은 서 목사는 “이번 역경은 교회를 새롭게 하려는 하나님의 섭리”라며 “문제 많던 교회를 허무시고 다시 교회를 세우시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부대시설까지 3억5000만원이 소요되는 건축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서 목사와 교인들은 확신한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무엇보다 크다는 것을. 교인들은 현재 노인 한 명이 사는 집을 빌려 예배를 드리고 있다(054-782-6850).

글·사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