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재계 비판 틀어막자는 건가
입력 2011-06-23 17:47
정치권과 재계가 정면충돌할 태세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2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의 감세 철회 및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 즉흥적인 포퓰리즘이라고 평했다. 이에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강도 높은 반박을 쏟아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29일로 예정된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공청회’에 허 회장을 참석시켜 발언 경위를 따져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허 회장은 물론 아예 중소기업중앙회장, 소상공인연합회장 등도 참석시켜 청문회를 벌여야 한다는 강성 발언까지 나왔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소신껏 정책 비판, 의견 제시도 못하는 지경으로 전락한 것인가.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 모조리 몰아세워 닦달을 하겠다는 정치권의 발상은 대단히 위험하고 치졸하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 뿐 아니라 그야말로 소인배 정치의 전형이다.
물론 허 회장의 발언은 대기업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 편향적인 측면이 없지 않았다. 감세 정책에 대해 “재원이 많으면 고용창출과 투자를 많이 하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우회적으로 감세 철회 반대론을 폈다. 하지만 허 회장은, 많은 국민들이 감세가 과연 일자리창출에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최근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 반값 등록금만 하더라도 꼼꼼히 따져보고 내놓은 주장이라기보다 여야가 표를 의식해 어젠다 선점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추진한 것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즉흥적이라는 비판에서 정치권이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정책 추진의 필요성·당위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정책의 구체성·실현가능성이다. 후자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고 결과적으로 정책의 당위성마저 훼손시킬 수 있다. 정치권이 비판과 이견(異見)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다. 내년 선거정국을 앞두고 정치권이 고심하는 모양이나,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을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