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새 내각 신임안 가결… EU “구제금융 별도로 응급 기금 지원 계획”
입력 2011-06-22 21:27
국가 부도(디폴트) 위기에 몰린 그리스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새 내각 구성에 대한 신임안이 가결된 데다 유럽연합(EU)은 기존 구제금융과는 별도로 그리스에 응급기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의회는 21일(현지시간)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 내각의 신임안을 찬성 155표, 반대 143표로 가결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디폴트 위기에 여당 분열, 야당의 조기 총선 요구, 연일 이어지는 국민들의 긴축 조치 반대 시위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파판드레우 총리가 던진 승부수가 먹혀든 셈이다.
신임안 가결은 지난주 내홍을 겪었던 여당인 사회당 소속 의원 155명이 전원 찬성한 결과다. 여당의 이 같은 단합으로 긴축 조치와 국유자산 민영화 프로그램을 골자로 하는 ‘중기 재정계획’ 법안의 통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유로존은 그리스 의회가 중기 재정 계획을 이달 말까지 승인해야 구제금융 5차분 120억 유로를 다음 달 중순 지원할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이 자금을 제때 지원받지 못하면 그리스는 디폴트를 맞게 된다.
EU는 디폴트 방지를 위한 응급조치로 빈국(貧國) 개발기금을 그리스에 전용하는 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판 ‘마셜 플랜’인 셈이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제공하기로 한 1100억 유로와 별도로 그리스가 EU의 빈국 개발기금을 전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구상은 23∼24일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 다뤄진다. 바호주 위원장은 “그리스 실업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면서 “기금을 조기 집행하는 방식으로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도 예상된다. 그리스에 지원될 빈국 개발기금은 원래 동유럽 후발 회원국에 배정된 기금이기 때문이다. EU 이사회 순번의장국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22일 “헝가리에 배정된 금액이 줄어드는 만큼 그리스에 배정된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커다란 논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유럽 회원국들이 EU 기금을 EU 가입의 최대 혜택으로 인식해 온 점을 감안하면 집행위 구상이 합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