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들“운전 자유를 달라” 캠페인… 클린턴 美국무 “용감한 행동” 지지
입력 2011-06-22 18:56
“사우디 여성들의 행동은 용감한 것이며,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옳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여성도 운전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에 대한 지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클린턴은 사우디 여성들 편=클린턴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여성들이 운전 허용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선 것과 관련, “나는 그것(운동)에 감명을 받았고, 그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사우디 정부의 최고위급에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여성의 운전이 금지된 유일한 국가로, 이 나라 여성들은 최근 여성의 운전 허용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여 왔다.
사우디 인권단체 ‘운전을 원하는 사우디 여성’은 이달 초부터 여성 인권 옹호자인 클린턴 장관에게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클린턴은 지난 17일 사우드 알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우방인 양국관계를 고려해 ‘조용한 외교’를 펼쳤던 클린턴이 이번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해 사우디 여성들이 운전대를 잡을 날이 앞당겨질지 주목된다.
◇사우디 여성들 “우리는 운전하고 싶다”=이번 캠페인은 한 사우디 여성이 올린 유튜브에서 시작됐다. 지난 5월 22일 IT 업계에서 일하는 마날 알셰리프(32)는 자신이 운전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당국에 체포됐다. 이게 도화선이 됐다. 지난 9일에는 수도 리야드의 한 공터에서 운전 연습을 하던 여성 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사우디 여성들은 운전 금지제도 철폐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고, 이는 사우디 역사상 최대의 여성 인권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 ‘위민 투 드라이브(Women2drive)’ 회원들은 지난 17일 세계 각지에서 직접 차량을 운전하며 동조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을 주도하는 소설가 바드리야 알비시르는 “억압의 희생자였던 여성들이 사우디 사회에 변화의 깃발을 휘날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여성들의 이런 집단행동은 20여년 만이다. 1990년 11월에도 사우디 여성들이 운전 허용을 요구하며 차량을 운전했다가 47명이 체포돼 사법처리됐었다.
사우디 당국은 여성이 운전하면 남성 운전자나 카센터 직원 등 남성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져 도덕적 가치가 붕괴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