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왔는데… 구제역 매몰지 10곳 중 7곳 관측정 없다
입력 2011-06-22 18:40
환경부와 농림수산식품부, 지방자치단체가 떠넘기기로 일관하는 동안 10곳 중 7곳 가량의 구제역 가축 매몰지가 침출수 누출 여부를 확인할 장치도 갖추지 못한 채 장마철을 맞게 됐다. 당초 관측정을 통해 침출수 누출을 확인할 수 있다던 정부는 수질 검사 자료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지난해 11월 이후 구제역이 발생했던 지자체를 대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제출받은 자료를 22일 분석한 결과 매몰지 외부 관측정 설치율은 2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매몰지 관리지침’을 통해 지자체가 매몰지를 조성할 때 침출수 누출 여부를 파악키 위해 매몰지 바깥 5m 지점에 깊이 10m 내외의 관측정을 설치토록 했다. 매몰지 밖으로 침출수가 흘러나올 경우 곧바로 확인해 추가 대책을 세우기 위한 안전 조치다.
하지만 자료를 제출한 지자체 30곳이 관리하는 매몰지 1675곳 가운데 관측정을 설치한 곳은 399곳에 불과했다. 정부는 침출수 누출 의혹이 터질 때마다 “관측정을 이용해 침출수 누출 여부를 알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환경부와 농식품부 등 중앙부처는 관측정 수질 검사 결과에 대한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다.
매몰지 관측정 운용 주체를 묻자 정부 부처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환경부는 “관측정 설치는 농식품부 소관인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이뤄지므로 환경부 소관이 아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우리의 역할은 매몰지 관측정을 설치하는 것으로 끝난다”며 “침출수 누출 등을 점검하는 것은 지하수 오염을 담당하는 환경부 소관”이라고 했다. 농식품부는 2010년 11월 이후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 매몰지는 모두 4799곳이며 그 가운데 1539곳(32.1%)에 관측정이 설치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구제역이 진정세로 접어들던 지난 2월 “해빙기인 3월 말까지는 관측정 설치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해빙기를 지나 장마가 시작된 지금까지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일선 지자체들은 “관측정은 자치단체장이 필요성을 판단해 설치하도록 돼 있다”며 “침출수 누출 우려가 적은 소규모 매몰지에는 관측정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판단 기준이 달라 침출수 누출 가능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측정 1개를 설치하는 데 300만원 정도 드는데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지방 예산만으로 감당하기에는 힘이 부친다”고 털어놨다. 떠넘기기와 예산 타령 속에 매몰지 주변 주민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