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후, 세제혜택 강한 개인연금 활용해 대비를!

입력 2011-06-22 21:30


지난 16일 영국 런던에서 만난 회계사 마크 베이컨(52)씨는 월급여의 10%가량을 은퇴 자금으로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에 다니며 대학생 아들 둘을 두고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은퇴까지 13년 정도가 남았다. 공적·기업연금 보장제도가 일찌감치 자리잡은 나라에 살고 있지만, 베이컨씨는 “공적·기업연금만으로 노후생활을 꾸리기엔 턱없이 부족할 것 같아 개인연금에 추가로 돈을 넣고 있다”고 했다.

출산율은 줄어들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장수리스크’는 사회보장체계가 발달한 유럽에서도 골칫거리다. 영국, 스위스 정부 등은 강력한 세제혜택을 내세운 개인연금 유인책을 통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연금저축 소득공제 혜택이 연 400만원으로 올랐지만 이들 국가에 비해 낮은 실정이다. 개인연금을 활성화하는 정책 지원을 통해 ‘고령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제혜택으로 개인연금 활성화=유럽은 공적(국민)연금-기업(퇴직)연금-개인연금의 ‘3층 연금제도 시스템’을 1900년 전후로 확립했으며, 특히 영국과 스위스는 3층 보장체계가 잘된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재정 적자로 최근 공적연금 여력이 줄어들면서 기업·개인연금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 고물가와 연금수지 악화를 걱정하는 베이컨씨 같은 사람들이 늘면서 개인연금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영국은 개인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으로, 소득세 부과 시 연간 납입액 1만5000파운드(2600만원)까지 소득에서 공제하고 은퇴 후 연금소득에서 세금을 내도록 과세를 미뤄주고 있다. 가령 현재 소득 기준으로 30%의 세율을 부담해야 할 것을 은퇴 후 소득이 줄었을 때 15%의 세율로 납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스위스도 비슷한 형태의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취리히 금융그룹의 이본 랭 케터러 보험총괄 대표이사는 “근로자는 연간 개인연금 납입액 중 6682스위스프랑(853만원), 자영업자는 3만3408스위스프랑(4266만원)을 소득에서 공제해 준다”고 말했다. 소득공제로 인한 과세 이연 혜택이 크다 보니 스위스 전체 인구의 개인연금 가입률은 85%에 육박한다.

◇고령화 사회 대비 국내 해법은=우리나라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적립금이 지난해 말 323조원으로 세계 4위 규모이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60년이 되면 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민연금을 통한 은퇴 후 소득대체율 역시 43%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8위에 그쳐 있다. 개인연금 가입률도 31.8%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고, 퇴직연금은 주로 집 장만 등 가계자금용도로 사용되다 보니 개인연금에 가입해도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마련하기는 역부족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개인연금의 필요성과 정책적 지원을 강조한다.

생명보험협회 김진섭 상품계리팀장은 “연금저축 소득공제가 연간 400만원으로 올랐지만 퇴직연금과 합산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개인연금 유인책으로 보기 어렵다”며 “퇴직·개인연금 소득공제 규모를 점차 늘려가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연구원 이경희 연구원은 “퇴직연금이 발달한 유럽과 달리 국내는 도입 초기인 점을 감안해 퇴직연금 적립금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종신소득으로 활용되도록 연금 전환을 유도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취리히=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