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맞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숨 고르던 검찰,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 다시 스피드

입력 2011-06-23 01:36

부산저축은행의 각종 비리 의혹을 겨냥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가 23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검찰은 최근 수사의 최대 분수령인 정·관계 로비 의혹 규명에 힘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의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을 22일 피의자 신분으로 부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관계 로비 수사 다시 불붙나=검찰은 김 사장이 부산저축은행의 브로커 윤여성씨와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한 정황을 포착했다. 김 사장은 검찰에 출두하며 “윤씨와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인천 계양갑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 사장은 2007년 은진수(50·구속기소)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소개로 윤씨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 전 위원과 김 사장은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 함께 일했다. 인천 효성지구 개발사업 초기부터 깊숙이 개입하고 있던 윤씨는 유력인사 인맥관리 차원에서 김 사장에게 정치 활동금 명목으로 돈을 건네며 사업 인허가 관련 청탁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 사장은 총선 직전에도 윤씨에게 6000여만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중수부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금융조세조사3부 소속 ‘특수통’ 검사 2명을 비롯해 검사 5명을 수사팀에 새로 합류시키는 등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사장에 대한 조사는 부산저축은행이 각종 시행사업을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관련 수사를 전담한 중수1과가 맡았다. 향후 정치권 로비 수사도 SPC 사업 과정의 인허가 청탁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정·관계 인사 연루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는 인천 효성지구 도시개발사업 외에 전남 순천시 왕지동 아파트 건설사업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이미 왕지동 사업을 시행하는 N건설의 고문을 맡았던 S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순천이 지역구인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도 부산저축은행 측으로부터 수천만원을 수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동시에 부산저축은행이 투자금 명목 등으로 해외로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추적 중이다.

◇중수부, 100일간 32명 기소=중수부는 3월 15일 부산저축은행그룹과 SPC 등 12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신호탄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4월 말까지는 불법 대출, 분식회계 등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의 비리, 5월은 금융감독 당국의 부실감사와 유착 관계에 대한 수사가 주된 흐름이었다. 검찰은 21일 부산저축은행 예금 부당인출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부분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26명이 구속됐고, 32명이 기소됐다.

이달 들어 검찰의 로비 수사는 진척이 더딘 편이었다. 비리 혐의로 소환한 유력 인사는 지난 7일 구속한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이 마지막이었다. 이틀 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을 부르기는 했지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재소환은 없었다. 그동안 중수부 폐지 논란, 검·경 수사권 대립 등 검찰 안팎에서 불거진 변수도 수사에 영향을 미쳤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갱도를 파 내려가다가 뭐가 나오지 않으면 사람을 빼서 다른 갱도를 파라”며 수사팀을 독려했다고 한다. 정·관계 로비 의혹은 끝까지 파헤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