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봉사하는 보험회사… 개점 2년만에 계약 2만건 성과

입력 2011-06-22 21:24


(19) 대한생명 베트남 법인

“대한생명이 베트남 대표 생명보험사로 성장하는 것이 저의 비전이자 목표입니다.”

지난 15일 베트남 호찌민공항 근처 대한생명 시티플라자 지점에서 만난 도 티 뉴 호아씨는 대한생명의 보험 설계사이자 지점장으로서 포부를 이같이 말했다. “회사가 잘되고 성장해야 나의 수입도 좋아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대한생명 베트남 법인장이 말했을 법한 목표가 현지인 설계사 입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온 것이다. 호아씨는 이어 “고객 입장에서 아직도 베트남에서는 ‘보험=사기’라는 인식이 있고 나 역시 그랬다”면서 “좋은 설계사 한 명을 만나 보험에 가입한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데, 지금도 신입 설계사들을 교육할 때 ‘고객을 위한 좋은 설계사’로서의 태도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시장 진출 2년 만에 신계약 2만건, 시장 점유율 2.3%라는 빠른 정착을 보이고 있는 대한생명의 경쟁력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현지 안착과 영업 확대의 절대적 요건인 ‘현지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한생명 베트남 법인은 전체 120명이 넘는 스태프 직원 중 한국인은 법인장을 포함,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현지인이다. 이들은 당연히 베트남 보험 환경에 밝을 뿐 아니라 현지인 보험 설계사와의 의사소통도 쉽다. 직원 간 유대감도 높다. 덕분에 가장 어렵다는 현지 설계사 관리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이는 영업력 확대로 이어졌다.

대한생명 측의 교육과정에 대한 각별한 관심도 경쟁력을 높인 요인이다. 대한생명 측은 베트남인의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려면 설계사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보험설계사 훤 티 탄 풍씨는 “미국, 일본계 보험사들에 비해 우리의 상품이 비교적 다양하고, 특히 설계사 교육 프로그램이 좋다”면서 “보통 회사들이 상품이나 고객 대응 전략 등을 책으로만 배운다면 우리는 직접 관리자들이 함께 경험하면서 일일이 배운다”고 말했다.

현지인 설계사 상당수는 직접 상품개발팀에 ‘상품 종류를 늘려 달라’ ‘이런 점을 보완해 달라’ 등의 요구를 전달하는 등 적극성도 보이고 있다. 풍씨도 “아직은 초기단계여서 상품 종류가 제한적인데 이런 것을 늘리면 훨씬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개발팀 쪽에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속에 2009년 호찌민 두 곳과 하노이 한 곳 등 3곳에서 시작했던 영업점이 현재 중부의 닥락 등 4개 지역까지 진출하면서 모두 11개로 늘었다. 현지인 설계사 수도 초기 450명에서 2년 만에 10배가 넘는 46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현지화가 유일한 과제는 아니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갖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편견도 깨야 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중 일부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현지인 무시·학대 사례 때문에 한국 기업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예상보다 강했기 때문이었다.

대한생명 베트남 법인은 2009년 처음 진출한 이래 매달 호찌민과 하노이 아동병원을 찾아 간식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여성의 날에 홈페이지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한 건강진단 서비스, 사랑의 집 지어주기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 같은 노력은 베트남에서도 인정 받아 지난 1월 베트남 정부와 언론이 공동 주최해 성공적 외자기업에 수여하는 황금용상(Golden Dragon Awards)도 수상했다.

현지인 관리와 고객 보호를 위한 각종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설계사들이 실적 올리기에 치중해 가짜 계약을 하는 사례 등을 막기 위해 지난해 처음 모든 계약 건에 대한 확인 전화를 실시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보험사 중 처음이다.

현지 직원이 고객과 계약을 완료하면 직후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본사에 바로 계약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아직 보험에 대한 인식이 낮은 베트남 시장 특성을 감안해 무작정 영업을 확대하기보다는 내실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대한생명 베트남 법인의 현재 목표는 지난해 새로 연 빈증과 냐짱, 동나이 등의 신규 영업점을 빠른 시일 내 안정화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점 수를 20개까지 확대하고 설계사 수도 1만명 수준으로 늘려 전국적인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보험 수요층인 30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60%를 차지하면서도, 보험 가입률은 5% 수준에 불과해 아직도 성장 잠재력이 무한한 베트남 시장을 최대한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현재는 양로보험과 유니버셜 등과 같은 저축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하고 있지만 베트남 시장의 변화에 맞춰 장기적으로 상품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대한생명은 특히 베트남 법인의 경험을 발판으로 중국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중국 저장(浙江)성 국제 무역 그룹과 합자형태의 생명보험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호찌민=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