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운향
입력 2011-06-22 18:08
처녀 목수 최문정씨. 요즘 말로 포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검은 모자와 선글라스, 작업에 편리한 기능성 검정색 상하의. 교회 지붕에 올라 첨탑을 배경으로 구슬땀을 흘리는 그녀가 더없이 멋있어 보입니다. IMF 파산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경험이 ‘집’을 짓는 목수가 된 계기였답니다. 집, 사랑을 지키고 싶어서였을 겁니다. 그녀의 20대, 좌절과 방황으로 갈피를 잡기 힘들었겠지요.
한데 한창 공부할 시기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불안한 미래로 인해 기도하고 싶은 이들이 비단 문정씨뿐이었겠습니까. ‘반값등록금’으로 축약되는 요즘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이지요.
요즘 저는 ‘전도서’를 즐겨 읽습니다. 마침 회사 월요일 아침예배에서도 일독하는 중입니다. 전도서를 자꾸 펼치게 되는 것은 생뚱하게 들리실지 모르나 리듬감 때문입니다. 운향(韻響)이 참 좋습니다.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아가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바람은 그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1:6)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3:4) 백미인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1:2)는 시율(詩律)이라고 할 밖에요.
전도서는 하나님 안에서 삶의 목적을 찾아야 한다는 요지인데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메시지의 본질을 전합니다. ‘청년이여 네 어린 때를 즐거워하며 네 청년의 날들을 마음에 기뻐하며 마음에 원하는 길들과 네 눈이 보는 대로 행하라…’(11:9) 이어지는 ‘심판의 경고’가 있긴 하나 청춘이 가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즐기라는 것이지요. 젊음도 검은 머리도 물거품 같은 것이니 마음의 걱정과 몸의 고통을 흘려버리라는 겁니다. 즉 ‘노래하고 꿈꾸라’입니다.
고통 속에서도 노래하고 꿈꿨던 문정씨. 아니 ‘등록금 알바’를 하시는 젊은 여러분. 그럼에도 ‘아직 젊었을 때 너를 지으신 이를 기억하며’ 노래하고 꿈꾸십시오.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