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익위, 비리 공기업 명단 공개하라
입력 2011-06-22 17:41
“정권 말기라고 해도 이렇게 부패한 것은 처음”이라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최근 공직사회의 비리실태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비리로 온 천지가 썩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같은 공직사회 비리에 민초들의 분노는 하늘에 닿아 있다. 눈을 부릅뜨고 감독하고 비리를 파헤쳐야 할 감독기관들이 피감기관들과 협잡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비리 천지 속에서 국민들은 그래도 국민권익위원회를 믿고 있다. 권익위의 가장 큰 임무와 역할은 설치근거법인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나와 있듯이 ‘공직사회 부패예방, 부패행위 규제를 통한 청렴한 공직 및 사회풍토의 확립’이다. 그런데 그 국민권익위도 최근 행태가 이상하다.
권익위는 21일 공공기관 가운데 법인 카드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6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들은 유흥주점, 골프장, 안마시술소 등 19개 업종에 대해 법인카드로 결제를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해당 공기업들은 무단으로 사용 제한을 풀었다. 부당하게 사용된 10억원 가운데 6억원이 ‘사용금지’ 업종인 유흥주점 등의 매장에서 사용된 것이라고 한다. 유흥주점에서만 2000만원을 썼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런데 국민권익위는 해당 공기업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이번 실태 조사는 개인비리 처벌이 아니라 제도 개선이 목적”이라며 또한 공직사회가 더 위축될까봐 그리고 과거의 일이라는 이유를 들어 해당기관을 감싸고돌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비리 공기업을 감싸고도는 권익위의 모호한 태도에 국민은 실망과 함께 ‘초록은 동색’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권익위의 명단 비공개 이유가 참 옹색하다. 이 기관들은 조직적으로 규정을 어기고 사용제한을 풀어 비리를 저질렀다. 타 기관의 추가 비리를 막기 위해서도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권익위가 감사원이나 금감원처럼 ‘생선가게 지키는 고양이’가 되지 않으려면 김영란 위원장이 나서 즉각 비리 공기업 6곳을 공개하고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