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성기철] 한나라당 全大, 흥행에 성공하려면
입력 2011-06-22 17:34
“집안일에 매몰되지 말고 국가 비전과 정책 놓고 토론하는 행사 돼야”
한나라당의 7·4 전당대회 선거전이 가열되고 있다. 7명의 국회의원이 당의 간판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제각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끄는 데 자신이 적임자라고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한데 아직 국민들은 거의 무관심이다. ‘그들만의 잔치’로 여기는 분위기다. 흥행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국민들의 이목을 한 곳에 집중시킴으로써 당 소속 정치인들의 지명도를 높이고 당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 전당대회의 주요 기능이라면 한나라당으로선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전당대회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당권-대권을 분리토록 한 당헌 당규에 따라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 나설 정치인들이 모두 빠졌기 때문이다. 2군 선수들이 출전한 마이너리그라는 건 엄연한 사실 아닌가. 박근혜 전 대표나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의원 등이 나섰다면 벌써 열기가 확 달아올랐을 것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한숨만 쉴 일은 아니다. 당과 당권 경쟁 후보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흥행에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7명 후보들은 미래의 대선 후보감이라 해서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국민들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종류의 정치행사를 통해 젊은 정치인들의 장래를 가늠해 보려 할 게 분명하다. 그들의 발언과 행동거지를 하나하나 살피면서 6년 뒤 대선 후보감을 찾아보려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번 전당대회는 안상수 대표를 선출했던 지난해 7·10 전당대회와 비교해 볼 때 환경이 훨씬 좋다. 7·10 전당대회 때는 한나라당 고질병인 계파 싸움이 판을 쳐 대의원과 당원 줄세우기가 만연했다. 후진적 구태 선거의 전형인 금품살포설이 난무하기도 했다. 21세기 정치행사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볼썽사나운 전당대회였다.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 것은 당연지사.
지금은 어떤가. 4·27 재보선 패배 이후 계파의 벽이 어느 정도 무너졌다. 친이계의 두 기둥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이상득 의원,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전이 계파 대리전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민들의 매서운 눈초리를 의식해서일 것이다. 거기다 선거인단이 21만명이나 돼 돈 선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자율투표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을 낳는다. 이대로만 간다면 최소한 7·10 전당대회와 같은 최악의 실패작은 면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준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번 전당대회가 국민지지 속 정치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복잡하게 꼬여 있는 주요 정책들의 실마리를 푸는 장(場)이 돼야 한다. 명색이 집권당 전당대회라서 해보는 소리다.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공약은 당의 화합과 내년 총선 승리다. 지난 수년간의 한나라당 행보와 현주소, 그리고 미래상을 감안해 보면 이런 문제가 가장 절실하고도 중요한 과제일 수는 있다.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한나라당 집안일일 뿐이다.
집권당의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 더구나 그것을 발판 삼아 6년 뒤 대권 도전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대한민국호의 방향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후보들이 제각기 자신이 구상하는 국가 미래상을 제시하면서 표를 달라고 할 경우 득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국민들도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좀체 해답을 찾기 힘든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 문제, 답보 상태인 남북문제 해법 등에 대한 진지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중요하다.
시간은 충분하다. 후보들은 24일부터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6개 시·도를 돌며 정견 발표회를 하도록 돼 있다. 발표회가 상대 후보의 약점을 후벼파거나 집안일을 놓고 아옹다옹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국가 비전과 주요 정책을 놓고 뜨겁게 토론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전당대회 흥행을 위해서도 그것이 필요하다.
성기철 카피리더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