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학교고 여행이 공부다' 옥 패밀리, 학업 중단 후 세계일주

입력 2011-06-22 16:38


[미션라이프] ‘옥 패밀리’(옥봉수·박임순씨 가족)는 용감한 가족이다. 아니, ‘용감함’의 강도가 좀 세다. 부부는 22년 동안 천직이라 여겼던 교단을 홀연히 내려왔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세 자녀는 학업을 중단했다. 다섯 가족은 3년 전 어느 날, 배낭을 메고 33개국 지구촌을 돌았다. 무려 1년 6개월 동안 여행을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기약 없는 여행길에 오르자 모두들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3년 전의 일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첫째 윤영, 중학교 3학년인 둘째 은택,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막내 은진까지, 한창 공부할 세 아이도 학교를 아예 그만둬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쳤니?” 동료 교사와 지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리고 나섰다. 이해할 줄로 믿었던 친구들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려다가 더 꼬여서 나중에는 그냥 홱 집어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부는 “배가 항구에 있을 때 안전하지만 그것은 배가 존재하는 진정한 이유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더 이상 교직이라는 항구가 진정한 삶의 목적이 아님을 재학인 했다.

옥씨 부부는 부산 고신대학에서 만나 영원한 동반자가 됐다. 둘은 성적보다는 인성(人性), 학원보다는 자연을 중시하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큰딸이 중학생이 돼 처음으로 받아온 첫 성적표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350명 중 215등. 부부의 초심은 흔들렸고 아이들은 반항하며 빗나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고된 시간을 5년 남짓 보낸 어느 날, 부부는 ‘학교 밖 세상’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고, 가족 간의 마음도 다시 이어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세계일주에 들어갔다.

예상했던 대로 여행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자기 입장을 고수하며 다투기 일쑤였다. 545일간 한 몸처럼 붙어 지내며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던 가족은 점차 상대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아이들의 대학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대학 진학보다는 자녀 독립 프로젝트를 먼저 하게 하려고요.” 한국에 돌아와 가장 많이 받은 질문과 답이다. 자녀 독립 프로젝트란 자녀가 20세 전후에 부모로부터 신체적·경제적·정신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여행을 마치고 첫째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소통 능력이 뛰어난 장점을 살려 병원 코디네이터와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땄다. 지금은 비만관리사가 되기 위해 공부 중이다. 공간 지각력이 뛰어난 둘째는 컴퓨터디자인설계(CAD) 자격증을 받고 디지털대학에 다니고 있다. 여행 중 환율을 예측하는 데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막내는 고교생 나이에 세무회계 기초 자격증을 획득하고 세무회계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되는 것이 꿈인 그는 미국으로 유학 떠날 부푼 꿈을 그리고 있다.

부부는 쉰의 문턱에서 밤을 새워가며 새로운 공부에 매달렸다. 부모 교육을 테마로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가정과 교육 세움터’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옥 패밀리가 끝끼지 포기하지 않은 것은 신앙의 대물림이다. 자녀교육이 신앙생활보다 우선돼선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자녀교육이 아이들을 앞설 수 없다는 원칙이다. 부부관계를 깨면서 교육에 매달리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옥씨는 20세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했지만 박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신앙생활을 했다. 대학 땐 예수전도단에서 훈련을 받았으며 학생신앙운동(SFC) 대학생연합체 위원장을 지냈다.

부인 박씨는 최근 ‘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북노마드)를 펴냈다. 박씨는 이 책에서 “자녀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면서 “빨리 달리는 법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