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집단 룰즈섹·어나니머스 글로벌 세력화하나… 각국 정부에 사이버 전면전 선포

입력 2011-06-22 00:26

해커집단 룰즈 시큐리티(Lulz Security·룰즈섹)와 어나니머스(Anonymous)가 각국 정부와 주요 기관을 상대로 한 공동 사이버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들은 미국과 영국의 정부기관들을 잇달아 해킹해 ‘선전포고’가 빈말이 아님을 알렸다.

◇잇단 ‘탱고다운’=룰즈섹은 “미 연방수사국(FBI)과 제휴하고 있는 인프라가드(InfraGard) 코네티컷 지부 홈페이지를 공격해 1000건 이상의 FBI 산하기관 관계자들의 정보를 빼냈다”고 밝혔다고 미 IT 전문 매체 시넷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프라가드는 경제, 학술기관, 사법기관 등이 미국 내 범죄행위 예방을 위해 정보를 교환하는 기관이다. 제이 셰어러 FBI 대변인은 “공격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예방 차원에서 홈페이지는 차단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피해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룰즈섹은 영국 중대범죄조직청(SOCA) 홈페이지도 침투했다. 이들은 트위터에 ‘탱고다운-soca.gov.uk-안티섹(AntiSec)의 이름으로’란 글을 올려 해킹 사실을 알렸다. 안티섹은 보안망 침투를 의미하는 이들의 공동 작전명이다. 탱고다운(Tango down)은 교전 중에 적을 제거했음을 의미하는 군사 용어다. 룰즈섹은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으로 20일 SOCA 홈페이지를 공격했고, 한때 이 홈페이지는 접속이 마비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어나니머스는 독일 저작권 보호단체 ‘음악공연 및 복제권협회(GEMA)’ 홈페이지를 공격해 몇 시간을 접속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공격 예고=인프라가드 홈페이지 공격 후 룰즈섹은 성명을 내고 “인터넷을 통제하는 정부와 기관을 대상으로 해커들이 힘을 모아 공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룰즈섹은 또 다른 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와 팀을 이뤄 ‘앞길을 가로막는’ 정부와 은행을 비롯해 주요 기관을 상대로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룰즈섹은 “이메일, 문서를 포함해 정부의 비밀 자료를 훔치고 유출시키는 게 우리의 가장 큰 목표”라고 천명했다. 이들은 21일 오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다음 단계는 빼낸 정보를 분류·정리해 인터넷 파일 공유업체 파이럿베이(thepiratebay.org)와 룰즈섹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룰즈섹은 어나니머스에서 최근 독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룰즈섹과 어나니머스 간 갈등 보도가 있었으나 룰즈섹은 트위터를 통해 부인한 바 있다.

한편 런던 경시청은 영국 경찰과 FBI가 공조해 룰즈섹 해킹 용의자인 19세 남성을 잉글랜드 남동부 에식스의 윅포드 마을에서 체포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경찰은 사기, 컴퓨터 오용 등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