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② 이효율 풀무원식품 사장] “동반 성장에도 대기업 역할 있어”… 두부 포기 못한다

입력 2011-06-21 18:45


풀무원식품은 2006년부터 제품 앞면에 모든 성분표시를 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칼로리와 나트륨 함량 정도를 제품 뒷면에 작게 표시하는 식품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풀무원식품이 성분표시를 적극적으로 하게 된 것은 이효율(54)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2005년 영국의 한 대형마트에서 성분표시를 모두 해놓은 가공식품들을 보았습니다. ‘이것이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지켜주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식품기업이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을 만드는 것, 우리가 만든 제품의 실체가 어떤지를 숨김없이 밝히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풀무원식품이 지난해부터 녹색소비자연대와 함께 ‘바른먹거리 조기교육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방식의 하나라는 것이다.

이 사장은 최근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동반성장과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중소기업 단체인 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가 두부를 중기 적합업종으로 신청했고, 이에 대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풀무원식품은 예외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한 상황이지만 그는 거리낌 없이 말을 꺼냈다.

“풀무원식품이 작은 가게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두부 시장도 함께 컸습니다. 중소기업이었지만 위생적인 생산과정을 선도하고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통해 품질 경쟁력을 갖추게 됐죠. 두부를 연구하는 연구원만 100여명입니다. 풀무원이 두부 사업을 중단하면 두부 시장 성장에도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두부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풀무원식품은 2002년과 2008년 각각 미국과 중국에 진출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으로 일본, 홍콩 등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동반성장은 분명히 이뤄야 할 가치입니다. 하지만 좀 더 큰 시야에서 볼 필요가 있어요. 대기업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실천적으로 동반성장 가치를 찾아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실천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철학은 ‘실사구시(實事求是)’로 요약된다. 실재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현장에 맞게 적용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기업 성장의 기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수시로 공장과 영업현장, 해외사업 현장 등을 찾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현장에 가보면 우리가 하고자 한 것들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찾게 되지요. 현장에서 잘 되고 있는 것들은 발전시켜 진행하고 제대로 되지 않는 것들은 고쳐나는 과정을 거쳐야지만 기업이 커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사장은 또 기업의 필수 덕목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자세’를 꼽았다. 수많은 경쟁자들이 앞다퉈 나아가고 있을 때 혁신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은 끝내 말라죽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풀무원이 종업원 10여명의 구멍가게에서 직원 5000명을 둔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치열한 혁신 추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다음 달 신입사원들과 함께 산에 오르며 자연스러운 소통을 계획하고 있다. 그가 신입사원 면접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성실성이라고 한다. “요즘 구직자들은 다양한 스펙을 쌓고 자기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재기발랄한지를 내세웁니다. 그런데 난 그런 친구들을 많이 떨어뜨렸어요. 성실하고 착실하게 성장할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인재라고 생각해요.”

그가 신입사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떤 일에든 몰입하는 자세다. 집중력을 갖고 일을 해야 성과가 나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몰입의 기본은 자기 자신을 투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몰입해서 일을 하다 보면 스스로가 바뀌어 발전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싼 등록금에, 쉽게 이뤄지지 않는 꿈에, 취업이라는 높은 벽 앞에서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그가 전하려는 충고이기도 하다.

이효율 사장은

△전북 전주 △서강대 철학과 △1983년 풀무원 입사, 기단기획조정실 마케팅팀장, 홍보기획팀 담당임원, 생산본부장, 마케팅본부장, 풀무원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 풀무원식품 최고경영자(CEO)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